정희원
길벗
2023년 1월 17일
작년에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면 연말에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에 살면서 가장 아쉽고 부러웠던 일이 산길이며 개천길을 걷는 것이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니 처음에만 잠깐 반짝했다가 요즘엔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옛날에는 출퇴근하면서 벚꽃이 만개한 안산을 이십 년이나 바라보면서도 단 한 번을 가본 일이 없었고 수백 보만 걸으면 갈 수 있는 백련산에도 가본 것이 채 열 손가락을 꼽기도 어려웠다. 다시 그런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니 몸이 개운하다고 느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충동적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했고, 다행히 열 달 가까이 계속 다니고 있다.
내 할머니는 내 나이보다 훨씬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내 나이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이제는 칠십이면 아직 한창 나이가 아닌가. 요즘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 최소한 십 년은 더 사는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수명만 늘어났을 뿐 건강 수명은 옛날이나 지금이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은 사망 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평균 707일을 보낸다. 이에 드는 비용이 연 3,000만 원에 이르고 게다가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2년 동안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더 사는 것의 가치는 적어도 1억 원은 넘지 않을까.
저자는 노년기에 접어들면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근육량은 노후를 보내는 모습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가장 건강했을 때를 기준으로 팔다리 근육량이 남성은 15킬로그램 여성은 10킬로그램 정도 줄어들면 여생을 누워서 살아야 한단다. 결국 근육량 감소분 중 절반 정도를 잘 지키면 사망할 때까지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니 저자의 계산대로 라면 근육량 1킬로그램은 1,5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올해 적어도 천만 원 이상의 가외소득을 올린 셈이다.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저자는 나이가 들다가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의학적 진단명이나 숫자 나이보다는 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고 다 아픈 게 아니라 노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프다는 것이니, 노화를 늦출 방법이 있다면 덜 아플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저자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남은 생애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1년 1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까지 41.8%이던 성인 남성 비만 유병율은 2020년 48%까지 높아졌다. 자연 상태에는 초가공식품이나 정제곡물, 단순당이 없으므로 유전적으로 대사 균형 조절에 큰 문제가 없다면 평균적인 성인은 어느 정도 체중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당부하의 폭탄을 외부에서 계속 투하하면서 신체활동도 하지 않으면 과잉에너지를 태우는 발열기전이나 높은 혈당을 저장하는 인슐린 신호체계가 고장 난다. 낙타 등에 끊임없이 짚단을 쌓다보면 지푸라기 하나만 더 올려도 낙타 등이 부러질 수 있는 순간이 오고 만다. 과잉에너지 섭취가 안전 마진을 넘기면 어느 순간부터는 식욕이 조절되지 않고 발열기전 역시 작동하지 않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다.”
복잡하게 써놓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서는 건강을 지키기 어렵고 체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꼭 지금의 내가 그렇다. 그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고 별로 고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뭐한다고 오래 살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고치기는 해야 하겠다. 아내에게 잔소리도 덜 들을 테니 말이다. 일석이조 아닌가.
오래도록 독립된 생활을 이어가려면 신체기능을 잘 유지해야 한다. 신체기능을 잘 유지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고 그 결과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신체기능을 높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의사를 찾는데, 근본원인은 찾지 않고 당장 문제만 해결하려 든다.
“신체기능은 에너지 대사체계의 건강상태를 결정해서 노화속도를 제어하고 정서와 인지도에 영향을 주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신체기능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려도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약물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렵거나 치료를 받은 후 신체기능이 더 떨어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활동이 줄어들면 다른 상태도 빠르게 나빠진다.”
“인간의 근골격계는 적어도 100만 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이동과 생산수단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탈것과 기계가 보급되면서 근골격계가 흐트러지고 신체기능은 크게 낮아졌다. 그 대가로 성인기 이후 수십 년 동안 근골격계의 불편과 몸과 마음의 질병, 나아가 노년기의 신체기능 저하와 장애를 겪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모순을 지적한다.
“헬스클럽에 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트레드밀 위를 헉헉대며 걷는다.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하면서 모자란 운동량을 채우겠다고 트레드밀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회의 때문에 발생한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이어 대책회의를 여는 모습과 비슷하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이 신체활동으로 사용하는 하루 평균 열량은 250~300킬로칼로리이다. 수렵채취사회의 인류가 하루 10~20킬로미터 정도를 걷거나 뛰면서 소모한 에너지를 900~1,800킬로칼로리로 추정한다. 저자는 이 차이가 수많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더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겪는다고 충고한다. 결국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건 운동량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다. 사람의 근골격계는 내구성과 성능이 좋은 교통기관으로 설계됐다. 애초에 설계된 보폭과 걷는 속도에 따르면 사람은 1킬로미터를 10분 이내 걸을 수 있고 빠른 걸음이면 7~8분이면 충분하다. 사람마다, 그리고 업무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 하루에 수 백 킬로칼로리를 더 소모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최소한으로 이용하고 최대한 보행으로 이동할 때 이것만으로도 하루 400~500킬로칼로리를 소모한다.”
문제는 이것을 천천히 하면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운동을 해도 천천히 하는 것은, 예컨대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트레드밀을 걷는 것은 운동 강도가 낮아 중강도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운동은 많이, 자주, 열심히 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중강도 기준으로 2시간30분 정도는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5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더 좋다. 중강도란 땀이 나고 숨이 약간 찬 정도를 의미한다. 요즘 유행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 중강도 운동의 절반만 해도 같은 효과를 얻는다. 결론적으로 주 3회는 건강증진을 위해 운동해야 하며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사우디에서 지낼 때는 하루 걸려 트레드밀에서 10킬로미터씩 걸었다. 무릎이 좋지 않아 뛰지는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서 이렇게 한 시간 반 넘게 걷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근력운동도 했다. 덕분에 돌아오기 전 몇 년은 몸이 가벼웠다. 그래봐야 체중이 세 자리를 겨우 면한 것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노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소 보행속도를 초속 1미터로 유지하면 10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상태를 이곳에서도 계속했다면 적어도 10년 안에 죽을 일은 없었을 텐데 작년 말에 운동을 시작하면서 걷기 대신 근력운동에 치중하는 것으로 바꿨다. 걷는 것만으로는 근육량이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저자는 근육량을 늘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 여성 중에는 체중은 정상 미만이지만 근육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모든 에너지가 피하와 내장지방, 지방간과 근내지방을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근력운동을 강조해야 한다. ... 노년층이 6주에 걸쳐 거의 매일 코어운동을 하면 위식도역류, 소화불량, 변비, 과민성방광, 불면 등 온갖 증세가 호전된다. 식욕조절 이상, 우울감, 인지기능, 온몸의 통증도 개선된다. 자세와 체형, 체성분이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하는데도 3개월이면 충분하다. ... 숨이 가쁘고 땀이 뻘뻘 나게 운동하면 미토콘드리아의 생성을 돕고 복부지방을 태우며 근육이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혈관이 탄성을 유지하며 뇌와 근육에서는 뇌세포의 회복을 촉진하고 노화속도를 늦추는 유익한 호르몬들을 만들어낸다. 중추신경계의 여러 회로도 불꽃처럼 켜지는데, 이는 그 자체로 부작용이 없는 항우울제이자 진통제로서 효과가 있다. 일상에서도 격렬하게 운동하는 선수들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포함해 전반적 인지기능이 훨씬 잘 보전되어 있다.”
운동이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헬스클럽에 가면 입구에 출석을 확인하는 단말기가 있는데 그 옆에 이런 문구를 붙여 놨다. “회원님은 이미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 겁니다.” 운동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걸 누군들 모르나.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짠 것인데, 부뚜막의 소금을 넣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
저자는 노후를 위해 적어도 한 번에 3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주 2회 이상 해야 한다고 권한다. 그거면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최소한이라는 말이다.
나는 한 주에 최소한 다섯 번, 한 번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운동을 한다. 걷기는 평소에 대중교통을 타고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가는 것으로 대체하고 헬스클럽에서는 근력운동만 한다. 하지만 힘겹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한다. 힘에 부치게 운동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도 있고, 그러다가 제 풀에 지쳐 그만두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량만큼이나 운동 강도도 중요하다고 하니 오늘부터 강도를 좀 높여볼까 싶다. 코어운동은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좋지 않은 무릎 때문에 조심스러워 피했는데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니 그것도 코치에게 물어 시작해야겠다.
요즘은 자는 시간이 좀 늘기는 했어도 그동안은 여섯 시간 정도를 유지했다. 우리 세대가 대체로 그렇기도 하고 나 역시도 많이 자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어쩌다 휴일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게으름을 피운 것 같아 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너무 짧고, 그래서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올해 아흔셋이 되셨는데도 아직 건강하시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잠 못 들어 걱정하신 일이 없다. 그러고 보면 언제든 어디서든 잘 주무시는 게 어머니께는 큰 보약이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7~7.5시간은 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잠에 인색하고 잠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필립스가 2021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일일 수면시간은 6.7시간에 불과했다는데, 이는 2016년 OECD 회원국 평균수명인 8시간 22분보다 현저히 짧은 것이다. 나는 거기서도 한 시간을 덜 잤으니 지금 이만큼이라도 건강을 유지한 것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수면이상은 여러 가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면부족은 노화를 가속시키는 초강력 인자이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라고 밝혀졌다. 수면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며, 심혈관계의 긴장을 높여 심근경색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높이고,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특히 만성 수면부족은 광범위한 인지기능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특히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부족은 치매 발병을 10년쯤 앞당길 수 있다.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아무리 잘 짜인 프로그램을 따라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근육량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고, 가능이 향상되지 않으며,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도 인슐린 저항성은 개선되지 않는다.”
수면부족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의 원인이 된다니 무시무시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고 싶다고 쉽게 잠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이유 저런 까닭으로 쉽게 잠 못 드는 사람이 어디 하나둘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습관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빨리 그리고 깊이 잘 수 있다. 낮에 밖에서 햇볕을 많이 쬐면 낮에 덜 졸리고 밤에 자연산 수면제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밤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잠에 들기 어려우므로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경고를 날린다.
“잠을 줄여서 뭔가를 성취하겠다는 삶의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네 시간 자고 공부하면 대학에 합격하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은 애초에 거짓말이다. 잠을 줄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과업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하는 무리한 것이다. 당신이 꿈꾸는 그 목표는 오히려 잠을 1시간 더 잘 때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