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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Feb 09. 2024

2024.02.09 (금)

서울에 돌아와서 좋은 것 중 도서관을 단연 으뜸으로 꼽을만하다. 학교 졸업한 이후로 도서관이라고 가본 일이 없으니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도서 분류번호를 찾아 신청서를 내면 사서가 찾아다 주는 폐가식이었다. 지금 도서관은 책을 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서가 사이를 누비며 마음껏 책 구경할 수 있는 개가식이라는 건 감동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게다가 필요한 책이 있으면 매주 한 권씩 신청할 수도 있고, 신청한 책이 들어오면 신청한 사람이 읽고 나야 대출을 시작하니 그 재미도 쏠쏠하다.


사우디에서 일하는 동안 서울에 다녀갈 때 가져갈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거기에 일 년 읽을 책을 끼워 넣느라 짐 싸면서 매번 애를 먹었다. 그래봐야 겨우 몇 달 읽을거리이니 다음 휴가 때까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전자책으로 버텨야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책을 좀 더 오래 즐기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리뷰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은퇴하고 나서 소일거리로 삼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하나씩 쓰면 한 해 오십 편, 평균 수명까지 계속하면 천 편을 채울 수도 있겠다 싶어 그것을 목표로 삼았다.


헤아려 보니 삼 년 반 사이에 이백육십 편을 썼다. 한 해 일흔다섯 편을 쓴 셈이다. 이 속도라면 십 년이면 천 편을 채우겠다. 욕심을 줄여도 십오 년. 그때까지 책 읽고 리뷰 쓰려면 건강관리도 열심히 해야겠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근력운동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남은 시간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치매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을 것 같고. 치매가 예방이 안 된다고 하더라만, 그래도 심신이 건강하면 가능성을 좀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나둘 쓰던 리뷰가 웹진 <피렌체의 식탁> 편집자 눈에 들어 지난달부터 격주로 게재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몇 편 쓰고 나서 이젠 내 리뷰만 모아놓은 코너도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연재를 시작하니 늘 쓰던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전처럼 편안하게 쓰게 되지는 않는다. 즐겁자고 하던 게 일이 되어 버린 느낌도 들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기왕이면 잘 다듬어서 좀 더 나은 글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나.


호기심 따라서 읽다 보니 읽는 책이 중구난방이다. 올해부터는 그해에 관심을 둘 분야를 정하고 거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올해는 작곡가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음악 애호가를 자칭하면서도 작곡가 개인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는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이들만큼 음악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도서관도 좋지만 한 달에 두세 권은 꼭 사서 읽기로 하고. 번역서 내고 내 이름으로 된 책도 내면서 책을 매번 도서관에서 빌려보겠다는 것도 바른 자세는 아닌 듯 하여.



https://www.firenzedt.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106&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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