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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May 21. 2020

하루, 30분 요가

이스탄불에서 마흔

내 몸을 최적화시켜줄 30분 요가로 매일 아침을 열고 있다

코로나 19, lockdwon 조치로 꼼짝없이 집에만 있은 지 2달을 넘기고 나니, 이건 집 감옥이 따로 없다. 이스탄불에 대부분의 시설이 닫힌 상태이기 때문에 집 말고는 따로 나갈 곳도 없다. 실내 생활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정신적 신체적 건강 유지를 위해 매일, 운동이 필수가 되었다. 찌뿌둥한 내 몸을 시원하게 늘려 줄 모닝 요가로 아침을 시작하자.


요가원에 갈 수 없으니, 집에서 매트를 깔고 혼자 할 수밖에! 나에게 맞는 요가 채널을 찾아 다니다, 마침내 정착한 곳이 <요가소년>이라는 YouTube채널이었다.

(구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요가 소년의 <아침 30분 공복 요가>, 특히 해외 체류 중이신 구독자님들, 비대면이지만 함께 요가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Kqs23wX6ZVU&feature=share


몸치, 홈 요가 수련을 하다

또렷하고 맑은 요가소년 유튜버님의 목소리에 끌려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채널에서 소개하는 시퀀스도 마음에 들었다. 나의 요가 수행 레벨은 아마도 난이도, '하'라고 해야 맞겠다. 나는 요가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다. 요가를 몸으로 배운 게 아니라 책으로 배운 탓이기도 하지만 사실  몸치에 가깝다.  요가 동작을 안내하는 요기의 설명을 들어도 내 몸은 그 설명대로 따라주질 않았다. 하라는 그대로 해야 하는데, 내 몸은 자꾸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지금 화면에 떠 있는, 유튜버 요가소년의 동작, 꼬리뼈에 무게 중심을 두어 몸통과 다리를 V자로 만드는 동작을 완성하는데, 한 5일쯤 걸렸다. 내 다리가 유난히 무거운 건지, 몸을 V자를 만들어 몇 초만 버티면 되는데, 두 다리는 덜덜 떨리고, 왜 그리 힘들던지.

내가 요가를 터득하는 방식은, 하나의 비디오 클립을 매일 반복하며 동작과 호흡을 맞추어 나가는 거다. 같은 시퀀스를 매일 반복하다 보면, 호흡과 동작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 몸치 중에 몸치, 저도 하니까,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 요기의 동작 설명을 잘 듣고, 내 몸 곳곳에 집중해보세요.  허벅지 안 쪽, 양 팔 날개, 발 끝과 뒤꿈치, 종아리 근육 등 평소에 신경도 써보지 못한 몸 구석구석의 의식을 깨워보세요.


요가소년은 요가를 '움직이는 명상의 세계'라고 표현하는데, 나도 그 말에 진심, 동의한다.

요가는 몸의 활동 일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영적인 성장과 연동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영적인 성장이라고 하면 심오하고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의 몸 밖에 보이지 않지만 무한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 하루를 마치며 '잠들고 깨어남'정도만 되짚어 보더라도, 나와 매일을 함께 하고 있는 세계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매일 할 일이 있고, 먹고 입고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는, 가시적인 물질적인 세계에만 사로잡히기 쉽다.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는 안드로메다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는데,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생각엔 인생의 대부분의 정신적인 문제가 영적인 부분을 간과할 때 발생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를 의식하지 않고 살다 보면, 무엇인가 부족한 듯, 놓치고 사는 듯, 헛헛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요가는 이런 영적인 불균형 상태에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한다.


나의 요가 안내서, 데이비트 프롤리의 <요가와 아유르베다>에서는 만물의 속성을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만물의 속성을 구나(guna)라고 하며, 구나는 라자스, 타마스, 사바트이다.

쉽게 말해서,

첫째 라자스는 이미 맞춰진 균형을 깨트리고 변화를 일으키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힘이다.

둘째 타마스는 기존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힘을 말한다.

셋째 사바트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중립적이고 조화로운 힘이라고 본다.

요가는 세 번째, 사바트의 계발을 중시한다. 긍정의 힘과 부정의 힘을 조화롭게 쓰면서 몸과 마음의 정화, 즉, 치유를 일으키는 균형의 상태에 이르려는 몸의 움직임이다.


요가가 다른 운동과 다른 점, 두 가지를 찾았다.

첫째, 요가는 몸뿐만 아니라 의식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한 데로, 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행위이지만 정신적인 활동을 수반한다. 요기들은 만물의 속성이라고 생각하는 변화, 유지, 균형의 힘을 믿었다. 인간의 의식을 부정적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 끌어올리거나 긍정적인 상태에서 부정적인 상태로 끌려 내려가는 마음의 흐름이 위에서 말한 세가지 힘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변화를 꾀하고 싶은, U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어느날, U는 이직을 해서 삶의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능동적인 마음인 라자스가 일어났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자니, 현재의 직장에서 쌓은 인간 관계과 성과를 내며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기는 안정감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고 정체된 상태를 지속하려는 타마스의 상태다. 며칠의 고민을 하던 U는, 무거운 머리와 몸 컨디션 회복을 위해, 매일 30분 먼저 일어나 아침 요가를 시작했다. 몸을 길게 이완시키고 번잡한 마음을 관찰하고  나니, 하루 일과를 진행하는데 한결 수월해지고 일상에 생기가 돌았다. U는 지금 하고 있는 회사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 프로젝트로 쌓은 인맥과 커리어를 이용해서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당분간은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주변 지인들과 네트워크를 돈독히 하면서 이직 타이밍을 기다리기로 했다. 요가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사트바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사트바는 라자스와 타마스가 혼재된 상태에서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사트바적인 상태에 이르더라도 이 상태만을 유지할 수 없으며, 사트바적인 것이 다시 타마스(수동)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라마스(능동)적으로 버리고 변화해야 영적인 성장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이렇게 요가는 라마스, 타마스, 사트바가 서로 상호 교류하고 연속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질서를 바탕에 두고 있다.


둘째 요가는 '과함'을 덜어내고, '욕심'을 내려놓게 하는 운동이다.

대부분의 운동은 한 단계 더 높은 신체적 발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근육량을 늘리거나 동작의 횟수 같은 수치로 판명되는 기준을 높여가며 강도를 세기를 높인다. 조금 더 숨 가쁘게, 어제보다 더 많이를 외치게 한다.

요가는 이런 운동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무리가 되지 않는 순간을 찾아 동작을 완성해 보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날 필요도 없고,  숨이 가쁘게 달릴 필요도 없다.

요가의 동작을 이어가는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해 본다. 들숨과 날숨, 그리고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물처럼 유연하면 더 이상 알맞을 수 없다. 과격하지도, 벅차지도 않게 몸과 의식을 집중하다 보면, 온 몸에  딱 적당한 열감이 느껴지고,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임이 한없이 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의식은 더없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침 30분 요가는 일상을 시작하기 알맞는 온도로, 몸을 데워 놓는다. 아침 요가는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하루를 살고 싶은 나에게 적합한 몸과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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