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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걸음 May 11. 2019

<해리 포터> 읽으면 영어 잘하는 건가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어책 읽기를 하는 이들에게 목표지점처럼 여겨지는 책이에요. <해리 포터>를 읽으면 영어공부가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영어책의 끝판왕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아래 사진은 해리 포터 원서 일곱 권의 표지예요. 

미국판 표지와 작가 롤링.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에요. 책의 영어 수준은 원어민 5, 6학년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 수준이고요. 미국에서는 5학년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읽어요. 5학년일 수도 있지만 2, 3학년 때 읽는 아이들도 있어요. 물론 초중고대학생과 성인까지 읽는 책이에요. 책의 인기로 영화가 나왔고, 영화의 흥행으로 책도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어요.


한국의 아이들도 5, 6학년 수준의 영어책을 읽는 실력이 되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어요.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닌 아이들이 영어책을 읽을 경우 목표점으로 생각하는 책이에요. <해리 포터>를 읽고 나면 토플이나 다른 시험공부로 넘어가도 되는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요. 성인들도 영어 원서를 읽기 시작할 때 <해리 포터>를 읽게 되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70쪽 분량의 2학년 수준 책인 챕터북을 읽을 때 <해리 포터>는 엄청나게 두껍고 어려운 책이에요. 과연 <해리 포터>를 읽을 날이 올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요.


영국판 표지와 작가 롤링


엄마들이 자기 아이의 영어 실력을 자랑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도 <해리 포터> 예요. 하지만 엄마들이 생각하는 만큼 <해리 포터> 원서를 읽은 아이의 영어 읽기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 아이가 6학년 수준의 <해리 포터>를 읽기 전 2~3년 이상 2~5학년 수준의 책들을 차근차근 충분히 읽어온 경우라면 <해리 포터>를 읽을 실력이 맞아요. 그런데 한국 아이들이 영어 원서를 읽는 패턴을 살펴보면 단계별로 대표작 한두 시리즈만 읽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2학년 수준 챕터북의 대명사인 <매직 트리 하우스>를 읽고 나서 바로 <해리 포터>로 넘어가게 하는 엄마도 있어요. 


리딩 레벨의 각 점수대는 미국 아이들이 1년 동안 읽어나가는 수준의 책이에요. 2점대를 2학년 1년 동안, 3점대를 3학년 1년 동안, 4점대를 4학년 1년 동안 읽어나가면서 수준별 책을 충분히 읽어요. 3점대 책 몇 권 읽었다고 바로 4점대로 넘어가지 않아요. 책 읽기의 목표는 리딩 레벨 높이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지금 아이의 정직한 영어 읽기 실력은 읽어낼 수 있는 리딩 레벨의 책이 아니에요.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리딩 레벨 책에 더 가까워요. <해리 포터>를 겨우겨우 읽고 나서 6점대 다른 책은 못 읽는 아이들이 많아요. <해리 포터>를 읽었지만 리딩 레벨이 6점대가 아니라는 소리예요. 그 아이 리딩 레벨은 5점대일 수도 있고 심한 경우 2점대일 수도 있어요.  <해리 포터> 읽고 나서 판타지만 읽으려고 한다고 걱정하는 엄마들도 있어요. 자극적인 책을 앞당겨 읽게 해 놓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서야 후회하는 경우예요. <해리 포터>씩이나 읽었는데 4~5점대 다른 책은 읽기 힘들어한다고 고민하는 엄마들도 많아요. 

영국판 성인용 표지와 작가 롤링

아직 5, 6학년 수준인 <해리 포터>를 읽을 실력이 아닌데도 <해리 포터>를 읽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 이유는 이미 <해리 포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해리 포터>를 한글책이나 영화나 다른 파생상품을 통해 접한 아이들은 이미 내용을 많이 파악하고 있어요. <해리 포터> 책이 어려운 이유는 대사가 아니라 지문 때문이에요. 대사는 아이들이 하는 말이 많아서 쉬운 영어예요. 장면의 배경이나 묘사에 사용되는 영어 단어나 표현이 어려워요. 그래서 이미 다른 상품을 통해 해리 포터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사만 해석할 수 있어도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책의 10퍼센트만 이해해도 읽었다고 착각할 수 있는 책이에요. <해리 포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책의 70~80%를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다면 그 책을 읽을 실력이 되는 게 맞아요. 하지만 반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읽었다면 아직 그 수준의 다른 책을 읽을 실력이 아니에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었다고 영어 읽기 실력이 궤도에 올랐다고 착각하면 안 돼요. <해리 포터>는 영어 읽기 실력의 객관적인 척도가 되기 어려운 책 중에 대표작이에요.


영어책은 단계별로 충분히 읽고 지나가세요. 주위 아이들이 리딩 레벨 높은 책을 읽으니까 비교하면서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읽어 나가거나 건너뛰며 읽으면 영어 실력에 구멍이 숭숭 뚫려요. 자신의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해서 애먼 공부를 하게 되고, 정독해야 할 글도 대충 읽어 버릇하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길 수도 있어요. 아이가 읽는 책 한두 가지로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영어책 읽기 실력이 향상해야 되지만, 차근차근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향상하는 게 정상이에요. 리딩 레벨을 높이기 위해 책 읽기가 경주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그래야 아이들이 영어책 읽기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 진짜 영어실력을 잘 기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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