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곧 마흔의 조심스러운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
2023년 8월 18일
나는 39살에서 40살이 되는 마무리와 시작을 산티아고 길 위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정한 2023년 6월에 바로 마드리드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 9월 1일 마드리드 인 in. 여행 경험상 행선지를 고르면 비행기, 숙소 가격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런거에는 손이 빠른 편이다
숙소를 예약을 해야 하다니
그런데 9년 전에 다녀온 언니의 모험과는 조금 다른 현실에 부딪혔다.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는 소문을 접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일 년 반 정 도 닫혀있던 순례길이 다시 열리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특히나 한국에서는 몇몇 예능을 통해 그 관심도가 더욱 올라간 것. 난생 처음 듣는 산티아고 단체 패키지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숙소들이 이미 예약하기 힘든 곳들이 생겼다고 한다.
일단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고 급하게 루트를 짜야했다.
무언가 순례자 안 같다... 이상하다
내가 생각한 순례길은 산티아고라는 큰 목표 하나만을 두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나이와 국적, 성별에 상관없이 본인의 속도로 조바심 없이 발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 힘들면 쉬어가고 기운이 되면 더 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숙소들을 예약해야 하는거면 내 몸이 힘들건 말건 그냥 숙소에서 숙소까지 어떻게든 끝내야 하는 데일리 태스크가 돼버리는 것 아닌가. 정처없이 길 위를 탐험하고 싶었던 나는 김이 빠졌으나 이내 숙소가 없어서 몇 시간을 더 걸으며 체력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잠잘 곳이 확보되어 지친 몸이 도착할 곳이 생기는 것도 뭐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길 숙소비만 200만 원이 나오다
나의 계획은 총 31일의 순례길. 그중에 앞 3일 일정인 가장 무난한 1일 차 론세스바예스, 2일 차 수비리, 3일 차 팜플로나는 숙소가 없어서 더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 사람들의 리뷰를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잔뜩 겁먹어서 구글맵을 열어놓고 숙소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직 9월까지 3달이나 남았으니 자리가 여유 있겠지? 제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리들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가격들은 아니었다.
언니가 다녀왔던 2014년에는 알베르게들이 대부분은 도네이션 형태로 5유로에서 10유로(7천 원-1만 4천 원) 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보니 공립형태들도 기본 14유로(2만 원)로 적어도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올라있었고, 내가 묵고자하는 사립 호스텔이나 작은 숙소들, 호텔들은 개인실일 경우 30유로에서 많게는 60유로까지 주고 예약을 했다(4만 4천 원 ~8만 7천 원). 결론은 총 1405유로, 205만 원을 결제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지만 중간중간에 잘 쉬고 싶어서 공립 알베르게가 있음에도 사설시설의 개인실 위주로 선택해서 그런가 보다.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순례길 답지 않게 무언가 금전적인 전제조건이 서버리는 순수하지 않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 알베르게가 얼마인 줄 아냐고 한참을 떠들었다. 그래도 숙소들 예약을 마치고 나니 이제 내가 할 일은 건강하게 잘 걷는 일만 남았구나 안도감도 들고, 아무리 힘든 날도 남들처럼 숙소를 찾기 위해 조바심을 내며 걷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위안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