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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재수 Oct 01. 2023

안녕, 나 왔어.

뭡니까. 그대가 찾고 있던 답이지.



6월의 습한 더위와 흐린 날씨 탓인지 견디지 못하고 한차례 더 병원을 다녀와 산책, 글쓰기, 독서를 포함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 위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봄날에 들떴던 마음도 어느새 벚꽃과 같이 진 듯하다. 



다만 산책을 시작 한 4월 이전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블라인드가 창을 가리는 일이 적어져 밖을 보는 일이 많아졌고 노래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피커로 듣고 있으며 넷플릭스나 TV를 전혀 보지 않고 있는 데다 독서를 미친 듯이 하지는 못하지만, 책장을 다시 구입하고 책도 몇 권 사서 자리를 만들고 때론 그 앞에 앉아 책을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필요'에 다가서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잊혀진 기억이 다시, 떠오를까 하여 기억을 찾는 글쓰기를 시작하고

잘 먹고 잘 자며 좋은 기운을 가득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밤 8시에 잠들어서 새벽 5시에는 일어나고 아몬드, 계란, 우유, 꿀, 사과를 오전에 꼭 섭취하고 저녁은 4시에 가볍게 마무리하며 발부터 종아리, 허벅지 마시지와 산책으로 장을 관리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며 몸에 전기를 깨워 뇌까지 혈류가 잘 돌게 하는 것. 그것이다. 



초여름에 독서 시리즈 2편으로 찾아뵙겠다 약속했는데 시간은 야속하게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가고 있고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여름이 끝나긴 할까 싶게 벌써 무덥다. 


그 무덥고 습함에 또다시 제자리걸음이라 이게 무엇이지 싶어 하늘을 봤는데 바쁘다고 한다. 

나에게 기적을 선물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생각을 잘 정돈하고 몸을 잘 추스려 가려던 길을 가뿐히 가라 한다. 그런데도 햇빛 알레르기까지 더해져 기운이 없으니,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서 포스트잇에 


'이래 봬도 기분 좋은 상태, 기적을 마주할 예정이라' 


이렇게 적어서 이마에 붙인 날도 있었다. '심드렁한, 기분 좋음' 또는 '체력이 없어 웃음을 잃었지만 기분 좋음' 이런 감정을 인정해 주며 다독이는 날이 하루, 나흘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약이 방해하고 육체가 말을 듣지 않고 일상은 또 무너져 다시 원점, 원점에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다시, 또다시 계속 다시 하는 지금이다. 그렇게 하루에 몇 번씩 밖으로 나가 걷고 싶어져 참기가 어려워진 7월 초, 겨우 밖으로 나와 걷고 또 걸을 때였다.





좀처럼 걷지 못하다 오랜만에 콧구멍에 바람이 들어와서인지 아니면 지구 끝까지 걷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메가커피전문점이 아닌 공원까지 왔다. 기분이 또 나대기 시작해 한강공원까지 가 강물도 봤다. 더 기분이 신나 이제 카페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신난 발걸음으로 서둘러 걷고 있을 때 ...왔다. 그것이.


덤핑증후군 



덤핑증후군과 기립성저혈압 증세는 비슷한데 일단 시작되면 앞은 안 보이고 정신은 흐릿해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해 여러 가지 증세를 동반하게 되는데 일단 앉아야 한다. 그렇게 산책로 길가에 앉아 주머니를 뒤졌는데 사탕이 없다. 생명줄인데. 그 어느 것보다 사탕이 제일 빠르게 회복되기에 늘 가지고 다니는 데 없다. 


'비상이다.'


편의점은 바로 길 건너 있지만 일어설 수 없고 쓰러진 것도 아닌데 119는 아직 타임이 아니고 택시는 잡으러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로 나가기도 힘들지만 타고 가는 도중도 위험하다. 방법을 찾아보지만 아득하다. 그때 시선 앞으로 유모차가 지나가다 멈춰 섰고 유모차에 탄 아기랑 눈이 마주쳤는데 아기가 들고 있던 사탕을 입을 넣어주었다. 아! 사탕이 갑자기 나타나 내 입으로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어리둥절하다. 


"어머! 죄송해요.. 아기가 왜 어머, 먹던 건데" 전화 통화를 하며 유모차를 끌던 아기 엄마가 말했다.


아기 엄마는 통화 중이어서 한 손으로 하는 유모차 운전이 불안해 보였고 점점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지만, 피할 기력이 없어서 그냥 앉아 있었는데 나이스다.


"괜찮아요. 저 이 사탕 먹어도 돼요?" 


"네!? 그럼요. 아.. 네. 죄송해요."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집에 되돌아와 침대 위 생활은 또다시 시작되었고 밖으로 나갈 생각은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길바닥에서 정신 잃어봐야 민폐니.



그러는 와중에 잊고 있던 꿈이 먼 과거의 일처럼 뜨문뜨문 생각이 났는데 너무 또, 부분 부분 생생해 정말이지 있었던 일인가 싶어졌다. 먼 과거의 현실과 먼 과거의 꿈속은 닮았다. 어쩌면 지금, 여기도 현실이라 굳게 믿는 꿈속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념(念)들은 고독으로 걷기에 좋은 영양분이다. 


이런 나날들은

하루하루에 살고 하루하루에 죽는 다부진 미소만이 스스로를 도울 것이라 전해오는 듯하다. 그러다 보면 이 생(生)의 그 어느 부분도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가 생긴다며. 그래서 물었지. 


뒤돌아볼 것이 없는데 혹여, 흐르지 못하고 남겨져 있는 것이 있느냐고. 





보고 듣고 기다리면 답이 찾아온다 했던가. 그대가 찾고 있던 답이라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움직일 준비가 되었냐고.

살며시 물어봐 주고 있는 이 우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sns 스레드'가 오석종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게로 왔다. 


7월의 어느 날, 무덥고 습해 침대 위 생활을 하다, 하다가 ... 점점 블라인드도 내려져 더 이상 밝은 태양의 빛도 들어오지 않고 블루투스의 노래는 끊어져 적막만 흘렀으며 책장에 꽂힌 책은 닫혀 무엇을 알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날 중 하루하루로, 하루하루를 살기보단 하루하루 죽어가던 그런 날에 




'안녕, 나 왔어.' 라며 알람이 왔다. 나의 하늘로부터.

                    







뭡니까. 계란인데요.








일단 독서를 한번 해보겠습니다'는 '일단 산책을 한번 해보겠습니다'의 2편입니다.

이어지는 글이니 혹시라도 산책 시리즈, 1편을 읽지 못하셨다면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teuljaesu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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