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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3.6

아주 가끔 운동하러 가서는 헬스장 천장에 달린 티비를 멍하니 보곤 한다. 헬스장 티비에는 늘 같은 영상이 반복재생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최신 개봉작의 예고편, 셔츠에 슬랙스 차림으로 나와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주는 남자, 탄단지의 비율은 4:4:2가 좋다거나 자기 몸무게에 3 얼마를 곱한 만큼 물을 섭취하라는 등의 조언들, 그리고 아마도 오랜 기간 꾸준한 운동과 식단으로 만들었을 잔뜩 부푼 근육들을 더 부풀리며 운동하는 살결 까만 사람들. 아, 그리고 어딘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해변에서 푸쉬업하는 줄리엔강도.


환경이라는 게 그렇다. 클로즈업 되는 목과 어깨에 튀어나온 핏줄들을 보면서 하릴없이 사이클 페달을 밟다보면 나도 내일부터는 꼭, 하는 마음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책방을 중심으로 맺어진 인연들을 만나면 다음에는 이런 걸 써야지, 저 책을 읽어야지, 할 수 밖에 없고, 그림책 연구회 멤버들을 만나고 들어오는 길에는 가보고 싶었던 전시회 티켓을 검색한다. 옛날 먼 옛날 대학원 첫 학기 발달심리학 수업의 교수님은 첫 시간부터 마지막 시간까지 강조하셨다. 발달이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라고. 타고난 것과 내가 만나는 환경이 서로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된다.


결국 ‘나에게 좋은 환경‘을 찾아가는 게 내 삶을 찾아가는 길이지 않을까. 다정한 사람들 곁에서 다정한 말들이 넘실넘실, 이쪽으로 기울었다 저쪽으로 물결치는 걸 보며 슬쩍 또 다가가 본다. 두발 다 담그고 있으면 파아란 하늘빛 다정한 사람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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