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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님 Mar 06. 2023

2023.1.25

연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일일일그림. 2015년에 쓰던 메모 노트를 찾았다. 둘째 이유식하던 시기였던가 보다. 내일은 뭘 해서 먹일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페이지에는 근대, 대구, 소고기 같은 걸 써놓기도 했고, 어떤 페이지에는 ‘콩나물채소쇠고기진밥’이라든지 ‘현미시금치숙주닭고기진밥’ 같은 직관적이다 못해 투명한 메뉴가 쓰여 있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한창 경단녀이자 연년생 형제 엄마로 살면서 미래를 도모하려 고민했던 흔적들이 가득하다. 2급 자격증을 따기 전 수련을 어떻게 할지, 2년 후, 3년 후를 끄적여 놓고 아이들 나이를 따져보고 들어갈 돈과 시간을 계산하며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자국들이 새까맣다. 웃긴 건 바로 어제 했던 메모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 몇 개의 숫자만 바꾸면 정확히 똑같은 메모가 된다. 7년 전에도 지금도 나는 이런 망설임을 했구나, 사람 참 안 바뀌는구나, 하면서 이런 나를 견뎌왔을 배우자에게 다시 한번 (느닷없이) 감사하는 마음. 7년 전 메모 속의 바라는 바는 결국 다 이루어졌다. 앞으로 5년 후, 오늘의 기록을 보며 놀라고 감사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오늘의 그림은 노석미 작가님의 신간, [굿모닝 해님]의 한 장면. 해님처럼 방긋 웃는 따스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오늘처럼 잔뜩 웅크리고 찌푸리며 주름 하나를 겨우 비집고 뜨는 눈 말고.



#감사합니다

#다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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