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옆, 보이는 인테리어 그 이상의 특별함을 가진 곳이 있다. 설계된 공간도, 그 공간을 운영하는 카페 주인도 마치 .txt를 위해서 오래전부터 존재한 곳과 사람 같았다.
궁을 닮은 작은 독립카페 .txt coffee를 소개한다.
Branding Point ① _커피를 주문하는 색다른 방식
Branding Point ②_주변(창경궁)과 어울리는 디자인
Branding Point ③_인테리어의 디테일
[.txt , 이렇게 이용하세요]
이 카페는 가게 입구에도, 카운터 위에도, 계산대 앞에도 주문서는 없다. 그럼 주문은 어떻게...라고 생각할 때 즈음에 카페 주인은 이야기한다.
주문서는 그 아래 왼쪽에 있고요, 원하시는 칸에 체크하시면 제가 그대로 내려 드릴게요.
<txt.만의 커피 주문서>
어디 보자... 차가운.. 케냐가 유명하니깐 일단 세번째칸.. 음.. 에스프레소? 이거 쓴 거 아닌가? 걱정이 들어 사장님께 전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겠다고 했고, 눈치 빠른 사장님은 원두만 체크하시면 시원하게 얼음 동동 띄어서 주신다고 답했다. 고마웠다.
<주문서를 고려한 카운터 디자인>
이 곳은 주문하는 방식이 다른 카페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일단 주문을 위해서는 카운터에 있는 낱장의 주문 카드에 자신이 원하는 원두와 커피 타입을 체크한다. 그런 다음 사장님께 카드를 드리면 사장님은 그 주문서에 맞게 커피를 내려 주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을 위한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은 카페에서 세상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단 한잔의 커피가 내려지고 있다. 특별했고, 대접받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듯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서 똑같은 주문도 전혀 새로울 수 있는데, 이것을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이라고 부른다.
.txt는 주문, 커피 제조, 머무는 시간 모두를 사용자의 경험에 맞추어 디자인했다.
주문서를 받으면 사장님은 뒤로 돌아서 정량화한 원두가 담긴 유리통을 연다. 그리고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원두의 그램수를 확인한 후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는다. 곱게 갈린 원두를 드리퍼에 넣고 드립포트로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하기 전에 종이컵을 두 번 탁! 탁! 내려친 후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뒤편에 위치한 원두 통과 주문한 커피>
글로써 과정을 묘사하기가 어렵다. 직접 가보길 권한다. 모든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면 마치 박자가 있는 장단 같기도 한데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행동에 맞춰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뒷면의 원두 수납함과 작업대, 기구들의 위치가 군더더기 없고, 손님은 자리에서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레 지켜볼 수 있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설계되었다. 손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지, 무엇을 보았을 때 커피가 나의 커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질지 모두 계산한 후에 디테일하게 UX를 설계한 것이다.
이렇게 세심한 디자이너의 고민이, 결국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곳을 더욱 의미 있는 곳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창경궁을 닮은 인테리어]
두 번 째로,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창경궁 앞에 있는 카페답게 이곳은 한옥의 요소를 공간 곳곳에 녹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툇마루와 차경을 형상화한 구조이다. 차경은 외부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저곳(툇마루)에 앉아서 밖을 보고 있노라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툇마루와 차경을 형상화한. txt의 디자인>
자연스럽게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왼쪽에서는 재즈 노래가, 오른쪽에서는 새소리가 들렸다. 분명 다른 소리였지만 하나의 소리로 들렸고, 그곳에서 나는 너무나 편안했다.
[세심하다. 디테일]
사용자 경험(UX)과 인테리어뿐 아니라 눈여겨볼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디테일이다.
이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공간 곳곳에 숨어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로소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아래 디테일을 살펴보자.
<에어컨장과 슬라이딩 도어>
(좌)
에어컨을 보자. 보통의 카페는 에어컨을 가리기 위해 도장(페인트칠)만 하고 끝나는데 여기는 에어컨에 한옥의 창호를 덧대어 디자인했다. 에어컨에 창호라니…! 처음 보았다 이러한 디테일.
(우)
슬라이딩 도어의 손잡이와 맞닿는 면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충격을 흡수하는 패드를 붙여주었다.
이러한 디테일은 .txt의 굿즈들에도 어김없이 묻어났다.
<.txt의 굿즈들>
컵부터 명함, 사인, 연필 등 카페 안의 모든 것들이 .txt를 닮았다. 이렇게, 디자인의 콘셉트가 인테리어부터 소소한 굿즈까지 적용될 때, 공간은 그 깊이를 더한다.
서울을 거닐다 창경궁에 갈 일이 생긴다면, 한번 즈음 방문 해 보길 권한다. 주문서는 카운터 아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