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편지가 삼킨 공간, 글월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곳


때로는 브랜드가 공간 전체를 삼킬 때가 있다. 글과 편지가 삼킨 공간, 글월을 소개한다.   


Branding Point ①_아날로그적 기다림, 편지
Branding Point ②_브랜드 컬래버레이션 (feat. grove.)




[아날로그적 기다림, 편지]    


프롤로그

출근시간, 지하철 도착시각을 미리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지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접하고, 어제 찍었던 사진을 SNS에 올려 나의 위치와 기분을 실시간으로 알린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클릭 몇 번으로 거래처 과장님께 이메일을 보낸다.

-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디자인되어가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이 과거보다 더욱 살기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일상의 속도와 그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행복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

LP판, 필름 카메라(구닥), 스티커 사진(인생 4컷), 라디오(팟캐스트) 등 느리고 불편한 과거의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무엇이 요즘 세대들로 하여금 예전의 아날로그를 찾게 만드는 것일까?

-

기다림이 아닐까.

도착시간을 미리 알고서 타는 버스와, 몇 번이고 버스가 오는 곳을 바라보다 마침내 타게 되는 버스는 다르다. 하루에도 수십 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메일과, 며칠이 걸리지만 글쓴이의 따뜻함이 묻어있는 편지는 완벽하게 다르다.

-

그 다름과 기다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연희동에 있다. 편지와 관련된 옛날을 파는 곳, 글이다.

이제 글월을 만나보자.



글월은 오래된 건물 4층에 있는데 일단 엘리베이터가 없다. 하지만 1층 우편함부터 4층까지 곳곳에 심어둔 글월의 조각 덕분에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글월 가는 길>

드디어 글월에 도착했다. 오기 전부터 어떠한 공간인지 매우 궁금했기에 문 앞에 서서 설레기까지 했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공간의 첫 느낌은 매우 따뜻했다. 벽의 색감과 그 안에 비치된 가구, 소품들이 한눈에 자연스레 읽혔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편지 같은 공간이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기간에는 grove.라는 다른 브랜드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글월의 처음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는데 이는 조금 후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사실 글월의 공간은 글월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추어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이를 알고 나면 공간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글월은 기본적으로 편지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굿즈 판매의 관점에서 보면 글월은 편지와 관련된 제품을 파는 일종의 ‘편집샵’ 개념인데 문구류에서도 ‘편지’라는 카테고리로 세분화한 것이 새롭다.

<하나같이 예쁜 글월의 굿즈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새로운 것은 바로 서비스이다. 현재 글월은 아래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etter service: 신청자와 1시간가량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는 글월의 메인 콘텐츠    

      pen pal service: 모르는 사람끼리 편지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글월이 관리해 주는 매칭 서비스    



레터링 서비스는 글월의 사장님께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다. 대화의 주제는 자유다. 이는 일종의 상담서비스와 비슷한데 전문기관처럼 처방을 내리거나 해결책을 주지는 않고, 서로의 대화만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치료기관과는 다르다.


병명이 적힌 처방전 대신에, 글월은 인터뷰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활자로 기록한 편지를 건넨다.


펜팔 서비스는 가까운 사람이나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서비스이다. 주제 역시 글쓴이의 자유이며, 편지를 써서 매대 한 켠에 두면 모르는 사람이 편지를 가져가면 둘의 펜팔은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편지에 이름이나 연락처 등 자기 정보를 기입하는 것은 금지라고 한다.


6월부터 현재까지 이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약 200명 정도라고 하니 꽤 인기 있는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편지지를 고르고  자리에서 편지를 쓰고 난 후 편지함에 넣으면 펜팔이 시작된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에 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도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글월의 공간과 서비스가 참 좋았다.




[Brand Collaboration] feat.grove.


"저는 글월이 단지 편지 가게로만 존재하지 않고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종의 스튜디오처럼 나아가길 바래요. 뭔가를 기획하고, 선보이고, 사람들이 와서 그걸 보고 느끼는 일들이 겸해지는 곳이었으면 해요."                                                                                     –글월 인터뷰, 더블 아이콘 티브이-



위의 인터뷰처럼 글월은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서 영감을 주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 해 가길 원했다. 필자가 방문했던 기간에도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grove. 과 함께 ‘The Scene of writing Letters : 편지 쓰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Q. What is Grove?


'작은 숲'을 의미하는 grove. 는 공간을 채우는 제품 및 소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편집샵이다. 이번 글월과의 협업에서는 편지 쓰는 풍경이라는 콘셉트로 편지를 쓰는 공간을 연출했다.

<grove. 가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들>


또한 grove. 는 작은 숲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 콩과 하와 함께 공간 스타일링을 진행했다.

글월이 가진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중화하기 위해 흰 패브릭을 사용했고 숲을 연상시키는 식물 데코를 했는데, 글월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잘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grove. 와 글월>


 건물 1층부터 길잡이 역할을 톡톡이 했던 이 귀여운 초록색 그래픽도 이번 팝업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귀여운 grove. 의 시트지 그래픽>


아쉽지만 지난 주말을 끝으로 grove. 의 전시는 끝났다고 한다.  


약 2주간의 팝업스토어를 뒤로하고서 글월은 또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해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는 글월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환영일 듯하다.




프롤로그

글월의 리뷰는 필자 개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

다른 리뷰처럼 평면설계, 마감재, 구조 등 전문적인 인테리어 이야기 없이도 공간을 소개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branding이라고 생각한다.

-

공간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을 했다기보다는 머릿속에 있었던 글월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테리어를 한 느낌이었다. 공간에 있는 하나하나가 모두 글월이었다.

-

바쁜 일상 속 아날로그 편지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조용히 가보자. 연필과 편지지는 글월에 있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0, 403호

영업시간: 13:00 ~ 20:00 (월-수:예약 방문 l 목-토: 자유방문 l 일요일 휴무)

SNS:  https://www.instagram.com/geulwoll.kr/



[아래 글들을 참고했습니다.]


이전 03화 홍대 앞, 서촌의 감성을 담은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