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는 연남동에 위치한 작은 술집? 북카페? 도 아니다. 한 마리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은 도서관인데 위스키나 보드카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이렇게 독특한 곳을, 아래 세 가지 방향을 가지고서 낱낱이 살펴보자.
Branding Point ① _유니크한 콘셉트와 운영방식
Branding Point ②_공간과 가구 구성
Branding Point ③_사람들과의 소통방법
[쉿, 조용!]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너무나 조용했던 기억이 난다. 북카페 정도의 소음은 있을 줄 알았지만 여기 완전히 ‘절대 정숙’이다. 도서관처럼 ‘정숙’ 경고판은 없었으나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조용했고,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용히 메뉴판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창작과 독서, 그리고 조용히 대화하는 공간
메뉴도 매장의 콘셉트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책 속의 그 술’이라는 주제로 소설에 나오는 술을 판매한다. 또한 스토리텔링을 위하여 아래에는 책의 이름과 구절을 적어 놓았는데, 마치 이 술을 마시는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 것 같았다.
보통의 메뉴판도 콘셉트를 녹이면 이렇듯 새로울 수 있다. 이 곳 책바에 걸맞은 감성적인 메뉴 보드였다.
<책바의 메뉴판>
이 곳은 특이하게도 4인 이상은 출입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끄러울 수 있어서.
이러한 카페의 규칙을 보면 주인장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 책바는 술을 파는 곳이지만 그 보다는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 나아가 글을 쓰는 사람들을 우선하는 공간이다. 일행이 많을수록 더욱더 반기는 여느 술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콘셉트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곳을 궁금하게 만들고 다녀가게 만든다.
<운영 안내서와 책 읽는 사람들>
[편한 공간과 편한 좌석]
내부 공간은 크게 ①판매존 ②카운터&작업대 존 ③좌석 존으로 나뉜다.
①판매존
일단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선불)한 뒤 판매존으로 가면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책들을 볼 수 있다. 잡지부터 소설, 독립 서적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책을 사서 읽거나 아니면 비치되어 있는 책을 가지고서 자신의 자리로 가서 조용히 독서를 시작한다.
②카운터 존
실제로 가게의 좌석도 혼술&혼책러들을 위해 설계되었는데, 우선 술과 음료를 제조하는 작업대에는 바 테이블 의자를 두어 한 명씩만 앉을 수 있게 했다. 바 체어는 *톨릭스 체어인데, 허리를 기댈 수 있도록 등받이가 달린 가구를 사용했다.
Interior Tips. 톨릭스 체어란?
Tolix chair는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10대 의자 중 하나로써, 인더스트리얼 가구를 대표하는 의자이다.
특징은 단 한 장의 메탈로만 제작되어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비교적 쉽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예뻐서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사랑받고 있다.
단! 생각보다 무거우니 야외장소나 이동이 잦은 공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또한 HALL에는 한 명 내지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5개 정도 있다.
③ 좌석 존
테이블은 높이가 낮은 소파 테이블(일반 테이블 높이:600~650mm / 소파 테이블: 400~450mm)과 같은 낮은 테이블을 두었고, 의자는 오래 앉아있어도 편한 가죽제품을 사용했다. 가구 하나하나에도 손님들을 위한 사장님의 배려가 묻어난다.
[책으로 소통합니다.]
책바에만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우리가 술을 마시며 쓴 글’이라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책바를 다녀간 손님들이 쓴 글을 엮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책바에서는 아래처럼 일종의 백일장을 진행한다.
빌보드 차트: 정해진 주제에 대해 짧은 글을 쓰고 다른 이들이 투표하여 등수를 정하는 대회
책바문학상: 수필이나 에세이 형태로 글을 투고하는 책바만의 문학상
빌보드 차트에는 실제로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들이 많다.
<가게 한편에 있는 빌보드 차트. 정기적으로 주제가 바뀐다.>
책바는 이렇게 손님과 독자와 소통하고 있었고, 자신의 방법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