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난 아직도 확신이 없을까

뻘짓의 수레바퀴

무언가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아직도 길을 못 찾았나?” 이런 회의감이 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기계발을 하면 뭔가 되게 생산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점점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는 어려우니 같이 모임을 만들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모임 안에서는 또 획일적 줄세우기가 시작된다.


'저 사람은 정말 대단해. 한 번도 빠짐없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을 그대로 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또 다시 자책이 찾아온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때가 분명 있었다. 성공할 것 같은 기분이 나를 들뜨게 한다. 사람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는 것도 든든하다.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동기부여가 된다. 성공한 사람도 있단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자기계발서가 제시한 방법을 따라 하기 전에 이런 점을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 마음 한켠에서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그건 뻘짓일 가능성이 크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확신이 없을까? 일단 다음의 진단을 살펴보자. 아래의 10가지 항목의 <자가진단 문항> 중 5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뻘짓의 수레바퀴 속을 헤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뻘짓의 수레바퀴 자가진단


1) 자기계발에 100만원 이상 썼으나 내 삶은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다.

2) 나는 열심히 노력해도 항상 결과가 없었다.

3) 계획 세우는 것만 좋아한다.(실행은...)

4) 작심삼일은 내 친구다.

5) 성과가 없는 것은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6)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다다.

7)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우지 못하면 나는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8)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 지 모르겠어서 계속해서 노력만 하고 있다.

9) 내 강점이 뭔지 대충은 짐작이 가는데 실생활에서 강점으로 쓰고 있는 진 모르겠다.

10)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만 안 되는 것 같다.

(출처: 잇셀프컴퍼니)




힐링 상품에 이어 자기계발 상품은 유혹적이다. 2000년대에는 ‘시크릿’이 유행이었고, 작년에는 ‘감사일기’가 대유행이었으며, 올해는 ‘부자되는 법’이 유행이다. 자기계발의 테마 자체를 논하고 싶은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자기계발상품에서 제시하는 전략이 나에게 맞는가?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맞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자기계발 상품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열심히 노력한다. 나도 수없이 따라 해봤다. 문제는 자기계발 상품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그 방법으로 효과를 봤던 바로 그 사람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캐릭터는 모두 다르고 처해있는 환경, 목표 등등 모두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기계발 상품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맞는가?“를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노력의 양이 전략의 타당성을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매우 성실하고 많은 노력으로, 전략의 타당성이 전혀 없는 뻘짓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 안에서 이 것을 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 없는 채, 누군가가(나보다 먼저 성취를 이뤄낸 자) 이뤄낸 결과만을 보고 생각 없이 따라가다간 나를 놓칠 수가 있다. 감사일기를 쓴다고 이 삶이 감사로 가득차거나 행복한 삶이 되지 않는다. 감사도 필요한 순간 찾을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 양식을 맞췄다고 감사가 자동으로 삶에 채워지진 않는다.


‘특정 양식에 맞춰, 무조건 매일 10개씩 감사하자‘는 방식은 감사의 심리적 메커니즘에 반하는 행동이다. 감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내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오늘도 ~~~ 때문에 감사합니다.”를 쓴다고 내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감사가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억지로 내가 감사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속이는 또 다른 행위이다.




뻘짓의 수레바퀴를 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뻘짓인지 모르고 노력하지만, 백날이 지나도 백일 전에 꿈꾸던 일이 벌어지지 않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린다. 의욕도 사라지고 기분은 가라앉는다. 실패를 계속하면 무력해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안에서는 이런 말이 맴돈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 일거야”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더 잘하는 걸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실패의 원인을 나로 돌리며 자책하다 또 다른 뻘짓에 걸려든다.


“이것만 들으면 즉각적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만 들으면 저처럼 성공합니다.”

“이것만 들으면 백만장자가 됩니다.”


이런 상품에 현혹된다. 그들은 열정이 있으면, 자신들의 말대로만 하면, 세상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누구나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마케팅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왜 여전히 이 모양일까? 그냥 성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사고싶은 건 아닐까?


내가 바라는 결과를 얻으려면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누구에게나 만능공식처럼 적용되는 하나의 ‘강의’ 하나의 ‘전략’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인간은 다 다르게 생겼는데 어떻게 인간의 성공전략이 획일화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생긴 모양에 맞게 보완하고 적용할 부분을 검증하지 않으면, 전략의 타당성이 확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신 긍정심리학계는 반성한다.


긍정심리학 1.0세대에서 했던 실수가 “좋은 점만 보아요.”이었다. 이에 최신 긍정심리학에서는 부정성의 존재를 간과하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이렇게 작동하고 있어요.”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추세다. 긍정적인 측면만 본다고 이미 존재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 그대로 존재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해야 내가 제대로 갈 수 있다.


“이 행동이 뻘짓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기준은 강도(얼마나 열심히 하는가?)가 아니라 방향(나에게 지금 진짜로 필요한 걸 하고 있는가?)이다. 유행하는 자기계발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면 좀 나아질까?” 생각하지만, 애초에 ‘방향’이 틀렸다면 그건 나에게 뻘짓이다. 내가 투입한 ‘강도’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 열정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2020년 목표, 3년 후 목표, 5년 후 목표, 10년 후 목표를 써놓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았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봐 두렵고 조급해하는 불안과 함께 살아야 한다. 안 그래도 불안한 삶, 불안을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을 따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한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느끼는 순간이 분명 있다. 그런데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혹시 내가 틀렸으면 어쩌나? 혹시 내가 게을러서 포기하는 거면 어쩌나? 이런 마음 때문에 내 마음과 몸은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지금 현재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챙기지 못할 만큼. 인생의 더 중요한 우선 가치가 밀려도 그냥 둘만큼.




글: Chloe Lee

그림: Pixabay, Arek S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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