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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29. 2024

2층 구조의 도시 나자레

사제 복제에 대한 당돌한 발상


오비두스에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어촌마을 나자레.

서퍼들이 즐겨찾는 휴양지 나자레는 해변에 접한 다운타운과 절벽 위에 형성된 시티우로 구분된다. 아랫마을 격인 다운타운에는 레스토랑 카페 상점들이 있고, 윗마을 격인 절벽 위 시티우에는 성당과 전망대가 있다. 다운타운과 시티우는 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관광객들은 이 두 곳을 이어주는 푸니쿨라를 이용한다.


예약한 Hotel Mar Bravo를 찾아 오는 중 내비가 길을 잘못 인도해 좁은 골목을 빠져 나오느라 진땀을 흘렸다. 렌터카가 조금만 컸어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난감했을텐데, 유럽에서의 렌터카는 소소익선(小小益善) 임을 새삼 깨닫는다.

호텔 주차장이 없어 400m 거리의 다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다소 번거롭지만, 호텔을 나서면 시간 흐름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좋은 위치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나자레를 왔으면 시티우에서 내려다보는 나자레의 풍광을 눈에 담아가야 한다.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산악 케이블카 푸니쿨라는 1.20유로로 이용할 수 있다.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푸니쿨라의 야경에 벌써 내일이 기대된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푸니쿨라 승강장이 나온다.

푸니쿨라로 시티우에 오르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수베르크 전망대. 마주 보는 의자를 구조물로 만든 게 재밌다.

수베르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자레 해변. 모래가 곱게 느껴지는 나자레 비치는 은빛 백사장이 아닌 젖은 진흙의 느낌을 주는 황사장이다.

그리고, 다운타운.


시티우에 올라오면 가장 먼저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노사 세뇨라 성당이지만, 이 큰 성당보다 먼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전망대 한쪽에 있는, 외관 상으로는 작은 창고같은 이곳을 구글지도에는 Chapel of the Miracle's Memory, 나자레를 소개하는 국내 가이드북에는 메모리아 소성당으로 표기하고 있다. 깃발 든 가이드 대기 하에 저 작은 입구로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어간다는 건 must course 아니겠나. 뭐가 있길래...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보이는 게 이게 전부다. 이 좁은 공간에 이런 성소가 있을 줄이야.

그리고, 오른쪽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 가면 역시 이게 모두.

내부가 포르투갈의 상징인 아줄레주로 꾸며진 이 작은 성당이 성지 순례자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이유는 이 곳이 성모 발현지이기 때문이다. 귀족 푸아스 루피뇨가 말을 타고 사냥을 하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말을 세워 목숨을 건진 후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성당을 건립하여 은혜 입은 내용을 아줄레주에 남겼다. 그런 기사회생의 은총 때문인지, 바스쿠다가마가 인도 항해를 떠나기 전 이곳에 들러 성모 마리아의 기운을 얻었다고도 한다.


이스라엘에서 모셔온 성모상이 있는 노사 세뇨라 성당.

이 성당에 성직자복제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제복 집단의 특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직위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복제가 멋스러워 진다. 색상이 화려해지고 가미되는 자수(刺繡)가 늘어난다. 직급과 직위에 대한 적절한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고, 자리에 걸맞는 통솔을 위한 카리스마의 발현이기도 하다. 아울러, 하위 직급에겐 상위 직급에 대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평사제 - 주교 - 추기경 - 교황으로 이어질수록 화려해지는 고위 성직자 복제를 보며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교리를 모르는 무지자로서 말 꺼내기가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 또한 용서하시리라 믿으며) 사제는 예수님의 뜻을 말씀 행동으로 전하 것이 소명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고위 성직자가 된다는 것은 더 넓고 깊은 신심으로 그리스도정신세계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거 아닐까. 그런 맥락으로 볼 때, 정작 그분은 속옷 하나 걸치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그분의 뜻을 더 잘 헤아릴수록 더 화려한 복장으로 다가간다는 게 좀 아이러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복제가 화려하다고 생각이 사치한 게 아님을 알고 복제는 그저 정해놓은 규정 임을 안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본심을 잃을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어떤 종교이든 수도(修道)가 깊어질수록 세속적인 것을 덜어내고 내려놓는 모습 상징적으로 보여 때 수도자대한 존경과 신뢰가 더 진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성직이 올라갈수록 더 소박한 복장으로 예수님께 다가가 것이 그분에 대한 도리이고 고위 성직자의 본분이 아닐까 하는 당돌한 발상을 해봤다.


너나 잘 하라고?


나자레 윗마을 시티우에 성당과 전망대만 있는 건 아니다.

그곳에 주거단지와 상권은 있다. 단지 올드타운 느낌일 뿐이다.


노을은 해가 뜰 때나 질 때나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올드타운이나 뉴타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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