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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9. 2024

Epilogue ; 여행객 여행가 여행자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행지 포르투갈


- 여행객 여행지 있는 자신 모습 통해 여행을 인증.

스스로 지나가는 客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행가는 여행지의 이면을 담으 여행을 인증한다.

많은 것을 알아가는 전문 모습을 추구하때문이다.

- 여행자여행지 동화(同和) 흔적을 남기며 여행을 인증한다.

자유롭게 여행의 의미를 즐기는 者이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게 참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휘의 억양이나 발음 확연히 다름을 알면서, 내가 모르는 언어는 모두 같은 소리로 들린다. 포르투갈 엄마가 아이에게 뭔가를 나무라듯 빠르게 말을 한다. 내가 듣기엔 마치 재봉틀 소리와 같이 다 같은 발음인 듯한 빠른 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표정이다. '와~ 저걸 어떻게 알아듣지..' 그들에겐 전혀 신기하지 않은 당연한 게 나는 참 신기하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도 그렇게 들리겠지.


외국 생활 일주일 쯤 지나 차츰 눈에 익는 단어들이 생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먼저 와닿 건 출구를 뜻하는 Saida. 그냥 읽는 발음이 사이다라 쉽게 익혀진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puxar = pull 임을 깨닫고, 매 끼니 때마다 메뉴를 보다 보니 peixe가 fish라는 것을, 기념품점을 지나면서 loja는 shop이라는 걸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물론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모른다.


재밌는 건 화장실. 체류기간중 얼추 100번은 드나들었을 거 같은데도, 정작 포르투갈어로 화장실이 뭔지 기억에 없다. 반면에, 남자 화장실을 표시한 Homem은 기억하는데, 거의 나란히 붙어있는 여자 화장실의 단어는 S로 시작되는 거 같다는 기억 밖에 없다. 그런 걸 보면 언어도 자기 중심으로 익혀지는가 보다.


 외에도 단어 스펠을 영어 단어와 연관지어 상황에 맞춰 머리를 굴려보면 대충 의미가 끼어 맞춰지기도 한다. 가죽제품 상점에서 자주 보이는 PAR가 PAIR 아니겠나.. 한 켤레에 10유로지만 두 켤레를 사면 6유로로 할인해준다는..


보름 정도 지나면 일부 발음의 규칙성이 어렴 귀에 와닿는다. 포르투갈어의 발음은 자음의 경우 [L]이나 [J] 외에는 대부분 알파벳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대충 비슷한 거 같다. Lisboa = 리스보아, Amarante = 아마란테, 이런 식이다. 모음의 경우는 [O]가 앞에 있으면 [ㅗ] 발음이지만 뒤에 있으면 [ㅜ] 발음을 낸다. 대표적으로 obrigado = 브리가다. 그럼 [O]가 가운데 있을 때는... [ㅗ]로 들리기도 하고 [ㅜ]로 들릴 때도 있는데, 그 특성까지 이해하기에는 4주는 너무 짧다.


포르투갈어의 재미난 것 중 하나가 감사 인사의 표현이다. 대부분의 외국 여행객들은 방문하는 나라의 말 중 고맙다는 표현을 가장 먼저 익힌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단어도 "감사합니다"다. 포르투갈어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단어가 위에 예로 들은 "오브리가두"인데, "오브리가다"라는 발음도 자주 듣는다. 내가 발음을 잘못 알았나 싶어 산타 스타 호텔 매니저에게 정확한 발음을 물어봤다. 의외의 설명이 돌아왔다. 남자가 고맙다는 표현을 할 때는 "오브리가두(obrigado)", 여자가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오브리가다(obrigada)"라고 한단다. 언어에 따라 여성명사 남성명사를 구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 하는 사람의 性에 따라 발음을 달리 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제 4주간 내게 와닿은 느낌의 포르투갈을 정리해 보자.


투갈 물가 정말 싸다. 카페가 저렴한 가격으로도 운영되는 걸 보면 임대료도 싼 거 같다.

푸르투갈 음식은 한국과 비슷한 게 많다. 해물밥이 그랬고, 쌀을 주식처럼 먹는 것도 그렇다. 야채 스프도 거의 한국의 국 수준이다.

포르투갈 사람들 체격과 체구도 한국인과 유사하다. 여자들은 더 작은 사람도 많다. 그래서인지  친밀감이 느껴진다. 평균 신장 190cm가 넘는 노르웨이에서 느껴지던 위압감이 전혀 없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사람들 친절하다. 100유로 지폐를 냈을 때 거스름돈이 부족하면 직원들이 서로 걷거나 다른 가게에 가서 바꿔 준다. 언짢은 내색이 없다.

간판이 별로 없는 것도 포르투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화장실 인심도 후하다. 매우 청결하여 화장실 옆 자리가 불편하지 않다. 게다가 무료다.

주차 편의를 빼놓을 수 없다. 지방 소도시의 경우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대부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포르투갈의 좁은 도로는 돌길이 많은데, 가끔 돌길 가운데를 매끄럽게 해놓은 곳을 본다. 훨체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캐리어(러기지)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신트라에서도 언급했지만 식당의 줄서기 문화가 확실하고, 음식을 제공받지 않은 상태에서의 좌석 선확보도 불허한다.


26일 간 느낀 포르투갈 한 줄 평은,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권하고픈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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