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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Sep 21. 2016

2016.09.12의 지진

멘탈의 지진

지진.
이 곳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민고개>라는 산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

첫번째, 전진.
19:44 (진도 5.1)
우두두두!

굴착기가 바로 내 옆에서 내 방바닥을 뚫고 있는 것 처럼 건물이 상하로 튕기듯 떨리기 시작.
뭐지, 뭐지? 하며 방바닥을 보며 일어서는데,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지는 꽝! 하는 소리.

실로 어마어마한 소리어서 순간 전쟁이 났구나, 라는 직감이 들 정도였다.

일대를 날려버릴 만큼의 위력이 넘치는 소리.
동시에 높은 책꽂이 위, 쌓아둔 책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아파트가 휘청휘청.
키가 큰 가구들은 모서리가 들렸다 내려 앉았다.......
잠시 후 밖에서
바깥으로 몰려나온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아,

흔들림은 곧 안정 되었으나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직후 인터넷과 카톡 마비.
진동은 10초 남짓이었다는데, 나는 10년이 늙어버렸음.

두 번 째, 본진.
20:32 (진도 5.8)
아파트 6층.
소리는 안 났으나 흔들림이,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함.
집 안에서 중심을 잡기란 힘이 들 뿐더러, 마주보는 사람의 흔들림도 너무 확실히 보여서 공포감이 더해짐.

괴로운 건 10초가 아니라, 1분이상 지속됨.


심장 쪼임 증세가 되살아나는 바람에
현기증으로 몇 초간 정신이 아득해짐.
진동이 잦아들고 곧 바로 주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불가 지역이라고 뜨며 발신이 안됨.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모두 마비.
지체하지 않고 짐을 싸서 바깥으로 나감.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는 와중에 또 여진 발생.
계단에서 몸이 한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잠시 쭈그려 앉았다가 다시 달려 내려감.
내 인생 마지막으로 보는 공간이 결국 이 계단인가?
갑자기 6층 계단이 60층 보다 길게 느껴짐.
극도의 공포감이 몰려옴.

1층으로 나가자 바깥엔 웅성대는 많은 사람들.
저마다 쿠션을 들고 마실 물을 들고 나온.
2002월드컵 때 처럼 갑자기 무지 단합되는 사람들.
'높은 건물 사이가 더 위험하니 집으로 올라갑시다.'
'또 흔들리면 욕실로 대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다시 6층으로 복귀.
욕실 앞에 비상 물품 담은 짐 가방을 꾸리고 앉았다가


그제서야 수신 가능해진 폰으로
수없는 괜찮냐는 전화가 폭주.
받으면서도 얕은 여진은 계속.
생수병 속 물의 진동을 바라보며 통화계속.

통화가 끊어지고
내 앞에 있는 물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참,
살아보겠다고.
난 이토록 살고 싶었나.
  

여진은 계속 된다는데,
놀란 심장때문에
내 손끝은 아직 달달달 떨림이 이어지고 있다.
씩씩한 줄 알았는데.
겁쟁이구나 나는.

  
아까, 계단을 벗어나 일층으로 탈출하기를 성공한 뒤,
하루종일 한 끼도 안 먹은 게 떠오르며,
아, 진작 밥이라도 잔뜩 먹어둘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 상황에 닥치니
챙겨지는 것은 폰과 보조배터리, 물, 빵, 그리고 썼던 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노트북.
그러니까 다시 말해,
순간적으로 내가 챙긴 것 이외의 것들은
극한 상황에서는 체념이 된 것들이라는 결론.
  
  
더 많이 써두자.
그리고 되도록 종이로 가지고 있자.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 처럼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라는 생각을 했고.
좀 더 가볍게 살자는 생각을 했고.
끼니는 거르지 말자, 라는 크나큰 깨달음도 얻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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