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Breeze Nov 16. 2022

너의 이름은

너의 의미는

강아지를 키우면 마루라고 이름을 짓고 싶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그 이름이 예뻤다. 생김새도 발음도.


너를 처음 데려온 날, 우리 가족은 이름을 뭘로 정할지 고민했다. 단순히 털이 갈색이라 ‘초코’라고 짓고 싶진 않았다. 사람으로 치면 ‘청산가리’로 이름 짓는 것과 다름없을 테니까. 강아지니까 짖는 모양새를 따서 짓거나 생김새를 따서 이름을 만들기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껴뒀던 ‘마루’라는 이름을 꺼냈다. 엄마는 당시 인기를 끌던 드라마 ‘착한 남자’ 주인공 이름도 ‘마루’라며 좋아하셨다.

그렇게 네 이름은 ‘마루’가 됐다. ‘착한 남자‘ 속 송중기 배우처럼 빛나게 자라길 바라며.


처음엔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했는데 하도 많이 불러줘서인지 이름만 들리면 쪼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대견했는데 요즘엔 이름을 불러도 심드렁해졌다. 뛰어오는 열정은 사라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빤히 나를 바라본다. 아마 간식을 주려는 걸까, 놀자는 걸까, 손을 달라는 걸까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중이겠지. 그리곤 마음에 드는 내용이면 기지개를 켜고 천천히 다가온다.

아니, 어쩌면 계속 이름이 불리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어떻든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너를 계속 부르게 된다.


처음에 분명 네 이름은 하나였는데 점점 개수가 늘어났다. 어떤 날엔 마루였다가 또 어떤 날은 루룽이였다가 예쁜이였다가 아기가 된다. 신기하게도 무슨 말로 부르든 찰떡같이 꼬리를 흔든다. 우리 집에 예쁜이와 아기는 자기밖에 없다는 걸 아는 걸 보면 머리가 좋다.

그래도 가장 맘에 드는 이름은 ‘마루’이길 내심 기대해본다.


네가 곁에 없어도 길을 걷다 ‘~마루‘라는 이름의 가게를 볼 때면 엄마는 “우리 마루는 피자도 팔고 치킨도 팔고 대단하네”라며 장난스럽게 말씀하시곤 한다. 어디에 있든 우리 가족 머릿속엔 항상 너로 가득하다.

늘어난 이름처럼 우리의 세상에서 네가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너는 나를 무엇으로 부르고 싶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늙은 개는 여전히 귀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