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사랑해라고 한 번 더 말할 수 밖에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갈 때의 일이다. 하와이안 항공을 타자마자 나는 벌써 아쉬워졌다. 남편이 왜냐고 물었을 때, "이제 시작되었으니 점점 좋은 날이 줄어드는 일만 남았어. 벌써 출발했잖아." 너무 극단적이라고 남편은 웃었고, 사실 나도 하와이에 도착해서 먹고 누릴 생활이 기대되기도 했다. 다만 그때까지의 꿈과 기대와 소망과 그런 것들을 "남겨두었을" 때의 효용이 더 크다고 느꼈을 뿐.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오늘 남편이 애기를 재우고 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는 너무 체력이 달리고 힘들기만 해서, 애기가 빨리 크길 바라 왔는데.. 이제 좀 살만(?)해지니 왠지 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갈 것 같아서 벌써 아쉽다고. 애기는 오늘도 별 탈 없이, 감사하게도 세 번이나 등 대고 낮잠을 잘 잤고, 간밤에 밤잠도 잘 잤으며, 잘 먹고, 잘 싸고 또 폭풍 옹알이를 하면서 귀염 매력을 발산했다. 이제 애기 자는 동안에 밥도 둘이 앉아 먹을 수 있고, 한 번은 같이 낮잠도 잘 수 있고, 집안일도 하며 보내다 보니, 문득 어느 새엔가 이때가 그리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물론 아직 나는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해서, 그래도 돌은 되어야 안 아프다던데.. 하고 걱정을 사서 하기도 하고, 젖이 모자랄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그래도 남편이 이야기했던 오늘의 행복에 대해서는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같은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이 통해서 애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소통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한 켠으로는 커버린 이후엔 지금 이 6킬로짜리 쪼꼬미의 모습이랑은 또 다르겠지 싶어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할까.
오늘도 애기는 엄청나게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옹알이도, 무슨 뜻인지 이제는 조금 알겠는 울음도, 여전한 도리도리 앙! 하며 젖을 찾아 무는 몸짓도, 사랑해라고 말하면 반달 모양이 되는 천진난만한 웃음도,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해서 다른 말을 찾아내야만 하는 그런 마음이다. 앞으로 계속 자라나서 다른 모습이 되더라도 같은 마음이겠지.
"어제도 사랑했고, 오늘도 사랑해. 내일도 사랑할게."
어깨에 가볍게 얹어지던 쪼꼬미가,
이젠 몸통의 얼마큼을 차지할 만큼이 되었음을 깨달은 어느 날, 육퇴하고 출산 전 날 못 먹은 나초를 먹으면서 나눈 소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