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라비아>하고 자라날 씨앗들을 축복하며
유치원 다닐 때 좋아하던 노래가 있었다.
봄봄봄이 왔어요.
씨씨씨를 뿌렸죠.
하룻밤 이틀밤
뽀르륵 뽀르륵
싹이 났어요.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게 당연했던 그 시절.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그 때.
뿌린 대로 거둬지지도 않을 때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때도,
왕왕 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즈음,
어른이 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근데 조금 더 지나보니
싹이 나지 않아도
씨앗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앗싸라비아>에 담겨있던 시는,
<살면서 쉬웠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에서
조금 다른 메시지를 가지고 나왔다.
어린이시에서 어른이시가 된 것처럼.
씨앗,
너무 애쓰지마.
너는 분명 꽃이 될
운명으로 이 땅에 뿌려졌으니.
씨앗,
너무 눈물겹지마.
꽃이 못 되어도
썩는다면 땅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씨앗,
씨앗,
씨앗.
꽃으로든 땅으로든
이 땅에서 살아질테니.
박광수 <살면서 쉬웠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