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낙화>
이 시를 볼 때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형기 시인이 등단한 게 우리 또래 (17세) 였으므로,
백일장에 열심히 참여하라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그 다음학기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겪고 난 뒤
호빵맨 같던 볼이 홀쭉이가 되어서 나타났다.
시작이 어려운 사랑일 수록,
끝은 더더욱 힘이 든다.
사랑을 얻기 위하여 흘렸던 눈물과 편지와 밤과
그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그 사랑의 끝을 놓아주지 못하곤 한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보면,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어서
힘을 들였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이 어렵고 고통스러웠을 수록,
그 때 견뎌낸 아픔의 무게 때문인지,
그 사랑 자체가 하찮아진다.
돌아보기도 기억하기도 싫어진다.
정말 그 사랑이 소중하다면,
마지막 빛이 남아있을 때,
놓아줄 줄 알아야 한다.
추억의 열매를 예쁘게 맺으려 한다면,
이미 끝나버린 사랑의 불씨를 확인했을 때,
그 마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놓아주면 된다.
그 시절의 추억은 고이고이 쌓여서
차곡차곡 내 마음에 새겨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