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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Jul 22. 2021

작지만 분위기있는 스몰웨딩 식장 찾기

코시국에 결혼식이라 다행입니다

그날은 모르는 사람들 수백 명 앞에서 한껏 차려입고 재롱을 부려야 한다. 좋은 날이라 화도 내지 못하니 혹시 무례한 일이 있더라도 얌전히 있어야 하겠지. 난 '뿌린 대로 걷으리라'는 축의금 문화도 싫고, '일생의 단 한 번뿐'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불편하다.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는 사람도 몇 없을 텐데 축의금은 다 받아야 한다니, 이런 자리는 오히려 웃돈을 주고서라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결혼식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신부인 쭈꾸미의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 쭈꾸미도 사람 많은 결혼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쭈꾸미는 철판 깔고 축의금만 보내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애써 불편한 자리에 가지 않는다. 애매한 지인들이 밥을 사주며 결혼식에 초대하면 그것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었다. 식장에서 멀뚱멀뚱 식사만 기다리지만, 기다렸던 결혼식 뷔페는 맛이 없다. 아삭아삭한 냉동 연어회를 입에 몇 점 넣고서 돌아오는 길엔 동네 연어회 맛집이 떠올랐다. 축의금 낼 돈이면 생연어회 두 번도 먹을 수 있을 텐데...


우리도 괜찮은 데서 가족들끼리 식사만 하는 건 어떤 것 같아?

결혼식을 생략하면 어떻겠냐는 내 제안에 쭈꾸미는 못내 섭섭해했다. 결혼식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때는 언제고, 막상 일이 닥치면 다른 말 하기 일쑤다. 미리 얘기했으면 얼마나 좋아. 그래 나도 뭐 결혼식 하기 싫다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 있는 둥 없는 둥 지나가는 것은 아쉽다. 좀 더 부담 없고 의미 있는 결혼식은 나도 환영이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답은 스몰웨딩이었다.


코로나 시국은 기회이기도 했다. 방을 나누거나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는 등 꼼수를 부려 아직도 몇백 명씩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옳다구나 하고 50명 제한을 넘기지 않는 결혼식장을 찾아다녔다. 코로나 덕에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작게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스몰웨딩은 비싸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보통의 결혼식이 오히려 돈 안 들이고 결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작게 결혼식해서 돈 굳어 좋겠네~!'라고 약 올리듯 말하는 이들에게는 네가 한 번 해보라고 머리통을 쥐어박아주고 싶다. 청춘을 회사에 저당 잡히며 모아 온 월급이 물처럼 쓰이는 것 같을 때는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우리를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맛난 밥 사줄 돈이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우리는 몇 번의 웨딩홀 투어를 했고 집 근처 한적한 곳에 있는 레스토랑을 결혼식장으로 정했다. 크고 화려하기보다는 우리가 상상한 작고 의미 있는 결혼식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지하철 역에서도 가깝고, 음식도 동네 맛집 연어회가 생각나지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


홀 중앙에 기둥이 있어 시야를 가린다는 점은 아쉽지만 괜찮다. 앞으로는 더 아쉽고 욕심나는 일들이 많겠지. 상황은 여의치 않을 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들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거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우리만의 선택을 해야 할 거고, 그날도 꽤 괜찮은 날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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