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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Oct 28. 2024

데킬라와 함께 스며들다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0]

[10]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기가 죽는 이유는 다양했다.


첫째,

일이 서툴러서.


둘째,

영어도 잘 못해서.


셋째,

그래서 손님들의 요구에 응대를 잘 못해서.


최종적으로,

팀원들에게 피해를 줘서.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사실이

끔찍이도 싫었다.


이 외딴곳에 나 혼자뿐인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꿈뀨!!!

너도 파티 오는 거지?”


스태프 공간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찰리가 다짜고짜 물었다.


찰리는 나를

트레이닝 해 줄 때부터

알뜰살뜰히 챙겨줬다.


무슨 이벤트가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냐고 물었다.



“파티?? 무슨 파티...?”


하지만

파티가 있다는 건

전혀 못 들었다.


“어? 뭐야?

단톡에 올라왔는데 못 봤어?”


지금 일한 지

거의 두 달 되었는데도,

직원들끼리 단톡 있는 것도 몰랐다.


“ 아 그래???

나는 그 단톡이 없는 것 같아!”


찰리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당차게 말했다.


내가 초대되지 않은 파티인데

혹시나 찰리가 나에게

말실수 한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 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단톡방이 있을 거란건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단톡에 초대될 만큼

팀원들과 친하지 않은 것 같긴 했다.


“어??? 없어??

어, 잠깐만! 잠깐만!”


당황스럽다는 듯이

찰리가 자신의 폰을

들여다봤다. 


“아 미안!!!

내가 단톡 방장인데,

초대하는 걸 잊었어!

당장 초대해 주지!!!”


찰리가 곧바로

나를 초대했다.


“너도 꼭 와!! 꿈뀨!

재밌을 거야!!”


“이번에 파티 갈 거야?”

케이트가 물었다.


케이트와는

근무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자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어쩌다 가끔 마주치면

케이트는 항상 반갑게 말을 걸어줬다.


“음… 잘 모르겠어..”


솔직히 파티엔

가고 싶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항상

민폐만 끼치는 내가

가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캐나다에서의 파티도 처음이다 보니

어떤 안주나 술을 가져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케이트, 너는?”


“나는 너가 가면 갈래.

너가 안 가면, 나도 안 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다.


케이트와 만난 건

고작 3번뿐인 것 같은데..


말도 버벅대는 나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

어안이 벙벙했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캐나다에서의 파티는 처음이거든.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근데 또 파티 장소 보니까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 것 같고..”


영어로 천천히 말하는데도

케이트는 항상 인내심 있게

내 말을 들어주었다.



“내가 너 태워다 주면 되지!”

케이트가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말했다.


드라이브 중심 국가인 캐나다답게

케이트는 차가 있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태워다 준다는 케이트에게

참 고마웠다.


“그럼 같이 갈까?

차 얻어 타도 돼?”


“당연하지, 자기.”

(Of course, Love.)


케이트는 나를 

‘자기(Love)’이라 불렀다.


“자기야!!! 여기야!!!”

케이트가

집 앞에서 외쳤다. 


차 운전석에 앉아

나에게 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에이! 당연하지!

같이 가는 건데!!!!

뭐 가져왔어?”


“응, 말리부랑 과일 플래터.

너는?”


“나는 진이랑 토닉워터

그리고 치킨 앤 라이스”


어쩐지 케이트 차 안에서

치킨 냄새가 가득하더라니..

“그럼.. 이거 지금 치킨 냄새야?”


“하아… 냄새 심해?

퍼킹 치킨!

맛있으니까 용서한다!”

가자!! 언능 가서 먹자!!”


그렇게

케이트와 함께

캐나다에서의 첫 파티로 향했다.


캐나다는 외식값이 비싸기에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여는 것 같다.


사실 말로만 ‘파티’지,

노는 건 국적 불문 똑같아 보였다.


근데 이제

클럽 음악을 좀 더 곁들인..




“야야야아아아!!!

다들 모여 모여!!!”


“뭐 하는 거야 쟤!!

끌고 와!! 끌고 와!!!”


어후..

대학교 이후로

이렇게 과격하게

마시는 광경은 처음이다.


팀원들 목구멍 안으로

데킬라가

샷으로 쭉쭉 들어갔다.


“꿈뀨!! 마셔마셔!!!”


두려움을 가득 안고 마신 샷이

목구멍을 불태우는 것을 넘어

내 위장의 위치까지 알려줬다.


“아흑!!?!!!!

뭐야!!! 이거 몇 도야!?!”


데킬라 병을 들여다봤다.


40도.


미친.

오늘 다 죽겠네.


“와아아아아아아~~

마셔마셔!!!”


“치열쓰~~~”

팀원들이 힘차게 외쳤다.

잔들끼리 부딪힌다.


데킬라 가득 담긴

샷 잔을 입에 댔다.


“크흐!!”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며

바로 옆에 있는 싱크대로

고개를 돌렸다.


쓰다 못해

뜨거운 데킬라를 뱉어냈다.


아무도 못 봤다.

다행이다.


“마셔사아야야어!!!”

다시 한번 샷잔이 들렸다.


와.. 쎄다. 쎄.


슬그머니 빠져서

거실 쪽을 향해갔다.


“꿈뀨!!!!

꿈뀨 어딨쒀!!!!

일루와!! 인누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가 쏙 빠진 건 어떻게 알았는지..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고

샷 잔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와아아아아아아!”

힘찬 기합과 함께

팀원들과 잔을 부딪혔다


“크으으으으”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물컵을 들었다.


물 마시는 척하며

입안에 있는 데킬라를 뱉어냈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었다.


집에 갈까..

집에 가고 싶다..


케이트를 봤다.

이미 케이트도 취할 대로 취했다.


우버를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한 팀원이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더니

미친듯한 트월킹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ㅏㅇ!!!!"

환호성이 나오더니

갑자기 몇몇 개의

궁뎅이들이 흔들리며

거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마야..

집에 갈래…’


흔들리는 빵댕이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새벽 2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살아서 돌아왔음에

안도를 느꼈다.


이 파티는 

두 번은 못 갈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단톡방을 봤다.


단톡방은 서로 집에 안전하게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 여기 찰리 취했다.


- 난 안 취했어.


- 여기 아미르 취했어.


- 무슨 소리야 나 완전 멀쩡해.


- 구라치지마. 너 신발도 안 신고 나갔어 인마.




쉴 새 없이

들이닥치던 데킬라 샷 덕에

너무 피곤했다.


- 아! 꿈뀨!! 꿈뀨!! 집 잘 들어갔나?

꿈뀨 도착하면 연락해!


찰리가 단톡방에서

내가 잘 들어갔는지 물어봐 줬다.


- 난 무사히 잘 도착했어!!

오늘 파티 재밌었어! 고마워!


나를 계속 챙겨주는

찰리에게 너무 고마웠다.



- 자기! 잘 들어갔어?

집 못 데려다줘서 미안해!

나 완전 취함ㅋㅋㅋㅋ

다음엔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굿나잇!


몇 분 뒤,

케이트에게서 문자가 왔다.


- 케이트! 난 잘 들어왔어!

오늘 운전해 데려다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덕분에 재밌게 파티 즐겼어!

다음에 같이 맛있는 곳 찾아가자!

잘 자!!


피곤함과 별개로

문자를 보자

입가에 웃음이 돌았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그들 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처음으로 간 캐나다 홈파티에서케이트가 말아주는 진 토닉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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