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0]
[10]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기가 죽는 이유는 다양했다.
첫째,
일이 서툴러서.
둘째,
영어도 잘 못해서.
셋째,
그래서 손님들의 요구에 응대를 잘 못해서.
최종적으로,
팀원들에게 피해를 줘서.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사실이
끔찍이도 싫었다.
이 외딴곳에 나 혼자뿐인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
–
“꿈뀨!!!
너도 파티 오는 거지?”
스태프 공간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찰리가 다짜고짜 물었다.
찰리는 나를
트레이닝 해 줄 때부터
알뜰살뜰히 챙겨줬다.
무슨 이벤트가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냐고 물었다.
“파티?? 무슨 파티...?”
하지만
파티가 있다는 건
전혀 못 들었다.
“어? 뭐야?
단톡에 올라왔는데 못 봤어?”
지금 일한 지
거의 두 달 되었는데도,
직원들끼리 단톡 있는 것도 몰랐다.
“ 아 그래???
나는 그 단톡이 없는 것 같아!”
찰리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당차게 말했다.
내가 초대되지 않은 파티인데
혹시나 찰리가 나에게
말실수 한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 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단톡방이 있을 거란건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단톡에 초대될 만큼
팀원들과 친하지 않은 것 같긴 했다.
“어??? 없어??
어, 잠깐만! 잠깐만!”
당황스럽다는 듯이
찰리가 자신의 폰을
들여다봤다.
“아 미안!!!
내가 단톡 방장인데,
초대하는 걸 잊었어!
당장 초대해 주지!!!”
찰리가 곧바로
나를 초대했다.
“너도 꼭 와!! 꿈뀨!
재밌을 거야!!”
–
–
“이번에 파티 갈 거야?”
케이트가 물었다.
케이트와는
근무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자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어쩌다 가끔 마주치면
케이트는 항상 반갑게 말을 걸어줬다.
“음… 잘 모르겠어..”
솔직히 파티엔
가고 싶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항상
민폐만 끼치는 내가
가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캐나다에서의 파티도 처음이다 보니
어떤 안주나 술을 가져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케이트, 너는?”
“나는 너가 가면 갈래.
너가 안 가면, 나도 안 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다.
케이트와 만난 건
고작 3번뿐인 것 같은데..
말도 버벅대는 나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
어안이 벙벙했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캐나다에서의 파티는 처음이거든.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근데 또 파티 장소 보니까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 것 같고..”
영어로 천천히 말하는데도
케이트는 항상 인내심 있게
내 말을 들어주었다.
“내가 너 태워다 주면 되지!”
케이트가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말했다.
드라이브 중심 국가인 캐나다답게
케이트는 차가 있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태워다 준다는 케이트에게
참 고마웠다.
“그럼 같이 갈까?
차 얻어 타도 돼?”
“당연하지, 자기.”
(Of course, Love.)
케이트는 나를
‘자기(Love)’이라 불렀다.
–
–
“자기야!!! 여기야!!!”
케이트가
집 앞에서 외쳤다.
차 운전석에 앉아
나에게 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에이! 당연하지!
같이 가는 건데!!!!
뭐 가져왔어?”
“응, 말리부랑 과일 플래터.
너는?”
“나는 진이랑 토닉워터
그리고 치킨 앤 라이스”
어쩐지 케이트 차 안에서
치킨 냄새가 가득하더라니..
“그럼.. 이거 지금 치킨 냄새야?”
“하아… 냄새 심해?
퍼킹 치킨!
맛있으니까 용서한다!”
가자!! 언능 가서 먹자!!”
그렇게
케이트와 함께
캐나다에서의 첫 파티로 향했다.
–
–
캐나다는 외식값이 비싸기에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여는 것 같다.
사실 말로만 ‘파티’지,
노는 건 국적 불문 똑같아 보였다.
근데 이제
클럽 음악을 좀 더 곁들인..
“야야야아아아!!!
다들 모여 모여!!!”
“뭐 하는 거야 쟤!!
끌고 와!! 끌고 와!!!”
어후..
대학교 이후로
이렇게 과격하게
마시는 광경은 처음이다.
팀원들 목구멍 안으로
데킬라가
샷으로 쭉쭉 들어갔다.
“꿈뀨!! 마셔마셔!!!”
두려움을 가득 안고 마신 샷이
목구멍을 불태우는 것을 넘어
내 위장의 위치까지 알려줬다.
“아흑!!?!!!!
뭐야!!! 이거 몇 도야!?!”
데킬라 병을 들여다봤다.
40도.
미친.
오늘 다 죽겠네.
–
–
“와아아아아아아~~
마셔마셔!!!”
“치열쓰~~~”
팀원들이 힘차게 외쳤다.
잔들끼리 부딪힌다.
데킬라 가득 담긴
샷 잔을 입에 댔다.
“크흐!!”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며
바로 옆에 있는 싱크대로
고개를 돌렸다.
쓰다 못해
뜨거운 데킬라를 뱉어냈다.
아무도 못 봤다.
다행이다.
“마셔사아야야어!!!”
다시 한번 샷잔이 들렸다.
와.. 쎄다. 쎄.
슬그머니 빠져서
거실 쪽을 향해갔다.
“꿈뀨!!!!
꿈뀨 어딨쒀!!!!
일루와!! 인누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가 쏙 빠진 건 어떻게 알았는지..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고
샷 잔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와아아아아아아!”
힘찬 기합과 함께
팀원들과 잔을 부딪혔다
“크으으으으”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물컵을 들었다.
물 마시는 척하며
입안에 있는 데킬라를 뱉어냈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었다.
–
–
집에 갈까..
집에 가고 싶다..
케이트를 봤다.
이미 케이트도 취할 대로 취했다.
우버를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한 팀원이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더니
미친듯한 트월킹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ㅏㅇ!!!!"
환호성이 나오더니
갑자기 몇몇 개의
궁뎅이들이 흔들리며
거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마야..
집에 갈래…’
흔들리는 빵댕이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
–
새벽 2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살아서 돌아왔음에
안도를 느꼈다.
이 파티는
두 번은 못 갈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단톡방을 봤다.
단톡방은 서로 집에 안전하게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 여기 찰리 취했다.
- 난 안 취했어.
- 여기 아미르 취했어.
- 무슨 소리야 나 완전 멀쩡해.
- 구라치지마. 너 신발도 안 신고 나갔어 인마.
쉴 새 없이
들이닥치던 데킬라 샷 덕에
너무 피곤했다.
- 아! 꿈뀨!! 꿈뀨!! 집 잘 들어갔나?
꿈뀨 도착하면 연락해!
찰리가 단톡방에서
내가 잘 들어갔는지 물어봐 줬다.
- 난 무사히 잘 도착했어!!
오늘 파티 재밌었어! 고마워!
나를 계속 챙겨주는
찰리에게 너무 고마웠다.
- 자기! 잘 들어갔어?
집 못 데려다줘서 미안해!
나 완전 취함ㅋㅋㅋㅋ
다음엔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굿나잇!
몇 분 뒤,
케이트에게서 문자가 왔다.
- 케이트! 난 잘 들어왔어!
오늘 운전해 데려다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덕분에 재밌게 파티 즐겼어!
다음에 같이 맛있는 곳 찾아가자!
잘 자!!
피곤함과 별개로
문자를 보자
입가에 웃음이 돌았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그들 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