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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Nov 11. 2024

지역 매니저를 만나고 한 껏 쫄았다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2]

[12]


“꿈뀨 왔어?

바에 가서 음료를 만들면 돼!”


“꿈뀨!

오늘은 음료 만드는 포지션으로 가!”


“욜~ 꿈뀨!

손이 많이 빨라졌는데?”



일한 지 4개월째,

그토록 무섭던 ‘바’에서 음료를 만들며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함께 바에서 일하던 디에고가

레시피에 적힌 것보다

시럽을 한 펌프 더 넣는 걸 포착했다.


“디에고..?

그.. 모카 시럽 1번 넣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동안 레시피를 달달 외운 덕분에

레시피를 틀리거나 헷갈려하는

팀원들이 있으면

오히려 다시 알려줄 수 있었다.



“엥??

2번 아니야?”

디에고가 레시피를 확인하러 갔다가

잠시 뒤 돌아왔다.


“꿈뀨 말이 맞네!

예전에는 2번이었거든.


스타벅스 이 자식들!

쥐도 새도 모르게

레시피 바꿨네.


꿈뀨 아니면

평생 몰랐을 듯ㅋㅋㅋ

고마워”


스타벅스는 레시피 변경 공지를

잘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 직원들마다

레시피를 다르게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땐 서로를 수정해 주고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디에고와의 대화를

언제 들었는지

찰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똑똑한 짜식!

누가 너 트레이닝해줬지?”

찰리가 짓궂게 물었다


“찰리.”

못 이기는 척 대답해 줬다.


“그렇췌~!”

찰리가 뿌듯한 표정으로

본인 할 일 마저 하러 사라졌다.



“진짜 뻔뻔한 놈ㅋㅋㅋㅋ”

디에고가 사라져 가는 찰리의 뒷모습을 보고

겁나 웃었다.



맨날 주문만 받다가

바에도 있고, 서포트도 하며

다양한 포지션에 머물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게 보였다.


주문받는 사람이

주문을 너무 빨리 받으면

바에서 음료 제조가 밀려서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음료 만드는 사람이

어떤 재료가 부족한지

서포트에게 미리미리 공유해 주지 않으면


서포트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바빠지면서

모든 서포트가 느려지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보이고 나니

팀원들과 합을 맞추는 게

좀 더 수월해졌다.


그렇게 일하면서

팀원들과 웃고 떠들며

농담 따먹는 일이 잦아졌다.


바에 오래 머물다 보니

라벨지에 적힌

고객의 이름을 읽어야 할 때가 많았다.


‘Taylor


Gr iced Latte

Whipped Cream’



“테일러!!

주문하신 그란데 아이스라떼에

휘핑크림 올린 거 나왔어요!”


라벨지에 적힌 대로

음료를 만든 뒤

고객의 이름을 불렀다.



“그란데 라떼에 휘핑크림 올린 거라고요?”

한 남자가

방금 나온 아이스 라떼를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네!

테일러요!”



남자 표정이

불쾌하다는 듯이 바로 변했다.

“아…. 진짜..

제 이름은 테일러가 아니라,

타일러예요..”


주문받는 팀원이

헷갈릴만한 이름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이럴 때는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바로 사과를 해야 한다.



“맨날 내 이름 잘못써주네..…”

남자가 중얼거렸다.


남자의 이름의 스펠링은

Tyler였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주문받으면

고객에게 이름을 항상 묻는데

스펠링을 몰라 곤란할 때가 많았다.


“베아트릭스요”


와…. 이건..

어떻게 적어야 하나..?

Beatrix??


“어.. 스펠링 알려주실 수 있나요?”

미안함 반, 민망한 반으로 물었다.



“B, E, A, T, R, I, C, E.

Beatrice예요”


한글과 달리

알파벳은 똑같은 철자더라도

발음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



do를 두고

어떤 때는 ‘도’라고 읽고

어떤 때는 ‘두’라고 읽는다.


이런 알파벳 특성 때문에

고객 이름을 받아 적을 때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바에서 음료를 만들고,

고객의 이름을 부르고,

음료를 건네주다 보니


주문받는 팀원이

철자가 다르게 받는 상황들이 꽤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틀리게 적으면

서운해하거나,

짜증 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됐다.



그동안은 주문받는 포지션에서

이름만 받아 적다 보니

전혀 몰랐던 상황이었다.


영어 이름을 더 많이 알고

철자를 잘 쓸 수 있다면

고객이 좀 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봤던

영어 이름들을 다 적었다.


할리우드 배우들 중

만만한 영어 이름은 다 적었다.


그렇게 영어 이름만

200개를 모았다.


이걸 빈 노트에 계속 적어가며

철자를 외웠다.


“안녕하세요!

뭐 드릴까요?”


“그란데 바닐라 라떼주시고,

시럽은 반만 넣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케이틀린이요”


케이틀린..


영어 이름 스펠링을

혼자 써보고 외우다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이름이었다.


K로 시작하는 Kaitlyn도 있고

C로 Caitlin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K로 시작하나요?

C로 시작하나요?”


고객이 씩 웃으며 말했다.

“K 요, 물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이름 철자를 한 번 확인해 주면

대부분 웃으며,

확인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별거 아니었지만

영어 이름 스펠링을

따로 외워두는 것 꽤 도움이 됐다.


“꿈뀨! 꿈뀨!!!”

일하고 있던 나를

크리스가 허겁지겁 불러 세웠다.



“꿈뀨! 잘 들어!!


좀 있다가 지역 매니저가 올 거야!

지. 역. 매. 니. 저. 가 온다고!!!


우리 매장 관리 점검 차 올 테니까

지역 매니저 오면

겁나 밝게! 활기차게!!!

알지 알지?!!”


각 매장에 점쟁이 있고,

그 점장 위에

지역 매니저가 있다는 건 알지만,

한 번도 지역 매니저를 만난 적은 없었다.



크리스가 이 정도로 긴장한 건 처음 본다.

덩달아 나까지 긴장됐다.




“하… 브리엔 이 온다고..?”

찰리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크리스에게 물었다.



크리스가 찰리를 어깨를 덥석 잡고 흔들었다.

“찰리!!!

우리 매장의 에이스!”


크리스는

정신이 나가 보였다.

“너가 지금 이 순간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ㅠㅠ


미안해!!

갑자기 온다고 연락받았어ㅠㅠ


매장 분위기 밝게 밝게!

이거 지저분한 거 다 치우고!!


미안해!! 고마워!!!”



도대체 브리엔 이 어떤 사람이기에

찰리는 질린다는 식을 말하고

크리스는 저토록 긴장하는 걸까…




“안녕 얘들아~!!!!!!!”

매장 문에서 누군가

저세상 텐션으로 외쳤다.


“브리엔!!!!”

크리스가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브리엔을 맞이했다.



그런 크리스를 보자니

월급쟁이 시절

부문장님을 대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서

웃음이 났다.


‘상사를 대하는 태도는

만국 공통이구만..ㅋㅋ’


“브리엔 여기는 꿈뀨라고,

새로 들어온 지 몇 달 된 친구예요”

크리스가 간략히 나를 소개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워요, 브리엔.”



고운 금발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브리엔은

푸른 눈을 반짝이며 씩 웃었다.



“안녕! 나야말로 반갑지!”


브리엔은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하이톤, 하이텐션을 가지고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을 하면

아이들이 잘 따를 것 같았다.




“꿈뀨라고 했지?

이름 빨리 외우도록 할게!


미안! 내가 관리하는 매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보니

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너 특징 중 가장 이상한 점이 뭐니?

(What is your weirdest part?)


으엉?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초면에 내 이상한 점을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다.



“이상한 점이요..?

(Weird?)

브리엔에게 되물었다.


“응! 이상한 점!

나는 사람 이름을 외울 때

그 사람의 이상한 부분을 연관 지어서 외우거든!”

브리엔이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 진짜 이상하다..


보통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본인의 이상한 점을 말하라고 하나..?


‘어떻게 말해야 하지…?’


멘붕이 왔다.



TO BE CONTINUED


↑들어본 영어 이름은 다 적어두고 스펠링을 많이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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