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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Dec 15. 2022

일단 시동을 켜고 출발하라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중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가 22년 12월 14일 출간되었습니다!

모호한 삶 가운데 어떤 길을 걸어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담았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에 지치거나 정신없이 목표를 위해 달려왔지만 문득 돌아보니 삶에 의구심이 생기는 직장인, 어제와 다른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 중 일부를 올려드립니다.


완벽해지려 하면 할수록 완벽과 멀어진다     


아랍에미리트에서 근무할 때 지나치게 단 음식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입맛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달고 기름진 음식과 함께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와 디저트가 끼니마다 빠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높은 비만율과 성인병, 특히 전 국민의 약 1/4에 육박하는 당뇨병 질환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나는 원래 단 음식이나 당분이 많이 든 음료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가족력 탓인지 최근 혈당수치가 정상범위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식물 섭취에 유의하려고 노력하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달짝지근한 음식에 손이 갈 때면 왠지 모를 일종의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생기곤 한다. 


그러나 스탠퍼드 대학의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 박사의 다음 얘기를 접한 이후부터는 그냥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생각을 바꿨다. 

“달콤한 과자를 끊는 좋은 방법은 10분만 참아보는 것입니다.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하지만 10분을 참아도 먹고 싶다면 그냥 드세요. 자신을 너무 몰아붙여서는 안 됩니다. 자신에 대해 관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 가운데 완벽해지려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처음부터 잘해야 하며, 잘못이나 실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정할 수 없다. 더구나 반복해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더욱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완벽과 더욱더 멀어지는 법이다. 쉽게 지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로 철저하게 목표를 완수하거나 습관을 바꾸고자 할 때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마저 생긴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는 체조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뛰어난 선수들은 보통 두 가지 특징이 있음을 알아냈다.

  첫째,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둘째, 지나간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사실 두 번째 특징으로 꼽은 것도 첫 번째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간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완벽주의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깊은 산골에 살면서 바다를 보는 것이 소원인 한 소년이 있었다. 마침내 소년은 용기를 내어 집을 떠났다. 오로지 바다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어렵고 힘겨운 고비들을 넘기며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커다란 산 앞에 도착했다. 이 산만 넘으면 바다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산을 앞에 두고 세 갈래로 갈라진 길 중 어느 길이 바다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은 이 길, 저 길을 조금씩 가보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어 매번 제자리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러면서 소년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가정도 꾸렸다.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이따금 산 앞으로 가서 어느 길이 바다로 가는 길인지 고민하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곤 했다. 

시간이 흘러 그도 늙어 갔다. 어느새 노인이 된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산을 오르기로 작정했다. 죽을힘을 다해 산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이 훤히 내다보였다. 세 갈래의 길은 산의 좌우로 갈라져 에둘러 뻗어나가다가 넓은 평원 위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길 끝에 그토록 바라던 푸른 물결의 바다가 보였다. 그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어느 길이더라도 끝까지 갔더라면….’ 

이제 그에겐 산을 넘을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완벽한 때란 없다


대부분 완벽한 성향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기에, 조직 내에서 성과도 내고 인정도 받고 승진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점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려 하다 보니 항상 정신이 없고 여유가 없다. 너무 바빠서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하거나 삶을 돌아볼 여유가 부족해진다. 삶을 온전히 살아내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 완벽해지고 싶어 바쁘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으려 하다 보니 항상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일들까지 일일이 챙겨야 직성이 풀렸다. 다른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확인하고 점검해야 안심이 되었다. 때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오류를 발견하거나 논리를 보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 맘과 몸은 그만큼 더 바빠지고 더 긴장되어 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한 완벽주의 성향은 상황이 그렇게 만들거나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 안에 있는 깊은 열등감과 경쟁심으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완벽주의적인 태도에는 자기가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해서라도 완벽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인정을 잘 받아야 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박수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완벽해지려 한다면, 그것은 피곤한 인생이다. 이는 행복하지 않은 삶이다.  

    

예전부터 카펫 중 가장 최상급으로 꼽는 것은 페르시아산, 즉 지금의 이란지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예전부터 양모가 풍부하고 직조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카펫을 만들 때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았다고 한다. 이것을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고 하는데, 오직 신만이 완벽하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유를 갖고 완벽해지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완벽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그들은 일찌감치 체득해 자연스레 알고 있는 것이다.     


낯선 일을 시도할 때는 설령 그 일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일이라 해도 완전히 숙달되기 전까지는 어색하고 서툰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더더욱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일단 작게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터 심스(Peter Sims)도 그의 책 『리틀 벳』에서 애플이나 아마존의 놀라운 혁신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작은 시도를 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생각과 준비를 하다가 정작 행동해야 할 순간에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꿀 한 숟가락을 모으기 위해서는 벌이 4,200번가량 꽃을 왕복해야 한다고 한다. 만일 벌이 즉각적인 행동에 옮기지 않고 ‘어떻게 하면 꿀을 딸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꿀을 모으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 경험 자체가 달라진다. 그 출발점은 바로 용기 있게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삶 전체를 몽땅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닥친 상황이나 시련 때문에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지금 그 자리에서 그저 한 걸음을 떼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시도하면 예기치 못한 성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존 크럼볼츠(John D. Krumboltz)가 말하는 ‘계획적 우발성 이론 (Planned- Happenstance Theory)’에 따르면 커리어의 80% 이상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우연한 만남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주도한다고 해도 그건 애초부터 20%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화양연화>, <중경삼림>등을 만든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는 완성된 시나리오도 없이 촬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촬영이 길어지면서 배우들이 스케줄 문제로 애를 먹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기자가 “왜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시작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왕가위가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라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동을 켜야 차는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차는 차가 아니다. 아무리 멋진 스포츠카라고 해도, 아무리 훌륭한 베테랑 운전자라고 해도, 시동을 걸 수 없는 차라면 그건 그저 값비싼 모형에 불과한 것이다.

아직 그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도 그 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먼저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시작하면서 준비해도 괜찮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인생은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작은 발걸음, 작은 변화가 결국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설령 도중에 경로를 수없이 수정해야 하더라도 지금 시작하는 것, 지금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내디뎌야 할 첫걸음은 무엇인가? 

해가 지기 전에 시동을 켜고 출발해야 한다. “태양이 있을 때 건초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세르반테스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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