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업데이트되고 싶다

악을 녹여낼 사랑이 없다면 더 약하고 힘든 자를 품자

by 황교진


1부 예배하고 아내는 초등부 교사로 두 아들은 주일학교에 가 있는 동안 나는 점심시간까지 쉬러 카페에 왔다.
맛난 경주빵을 파는 찻집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머그잔에 시켜 먹으며 노트북을 켰는데 20분째 업데이트 10퍼센트다. 카페에서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연주음악으로 흐른다.

지난 한 주 몸이 많이 지쳤다. 아내 허리 치료로 매일 간호원과 가사도우미 역할로 살았고 둘째 어린이집 등하원시키고 첫째 뾰족한 기질 훈육하고 편도 2시간 거리의 교회 동생 치과에서 이 치료받고 어머니 병원에도 다녀왔다. 내 허리 통증도 2주째 계속되는데 스트레칭으로만 다스리다 효과가 정체 상태다. 어제는 급하게 운동하다가 등에 담이 오기까지 했다.

주일 예배에 피곤함이 밀려와 말씀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다 목사님 설교의 한 대목이 가슴에 새겨졌다. 악을 대할 때 품어주고 사랑으로 녹여내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혁명이라는 부분이다. 나는 악을 녹여낼 사랑이 없는 사람이다. 화가 풀릴 때까지 억지로 참느라 병이 들어 몸이 상하고 시간이 걸리고 글과 수다로 그를 씹어대야 분노가 조금씩 수그러든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방식은 내 사랑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올려 녹여내는 것이라고 한다.

카페에 와서 노트북이 부팅되는 동안 내 요즘 시간도 여러 번 꺼졌다가 다시 시작하며 업데이트되는 노트북처럼 기다림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악이라고 생각한 자도 어떤 부분에서는 귀한 존재이고 나는 그보다 더 악한 짓을 터무니없이 저지르기도 한 자이다. 싸워서 증명하고 이기는 게 무슨 소용인가. 녹여낼 사랑이 없다면 더 약하고 힘든 자를 품어주며 함께하는 시간으로 뚫고 가는 게 낫다. 몇 년 후면 잊히고 소멸될 일들이 지금 이 순간은 참 고단하고 아프다.

치과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얼마 전에 가신 조동진의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치아 공사가 가해지는 동안 난 스르르 잠이 왔다. 벌벌 떨리는 긴장된 순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믿음직한 의사의 손길에서는 잠이 올 정도로 편안해진다. 하나님의 손길과 부드러운 음악으로 달래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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