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없이는 행복과 화평은 없다

부부싸움의 순간이 사랑을 배우는 순간

by 황교진



석 달 동안 아내 휴대폰 요금이 매달 십만 원에 육박했다. 핸드폰이 최신 고가의 스마트폰도 아니고 앱이라고는 카톡 외에 쓰는 게 없는 아내 폰 요금이 바깥일 하는 나보다 높게 나오니 뭔 일인가 싶어도 꾹 참았다. 요즘 시외 통화를 많이 하겠지, 나와 사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리니 통화라도 마음껏 하게 해야지...

그러다 오늘 아침 그 까닭을 알았다. 밤마다 아이들 재우고 유튜브로 설교 동영상을 듣다가 데이터 폭탄을 맞은 것이다. 집에 와이파이 공유기가 있는데 그 시스템을 설명했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거다. 중간에 데이터 초과 문자가 왔을 터인데도 지나치고 요금이 이렇게 나올지 몰랐다고 한다.

안 써도 될 돈을 쓸 때 분노가 치미는 내 기질에 막 구박하고 화를 내고도 남았을 사건 사고다. 커피 한 잔도 할인이 되는 멤버십을 총 동원해 천 원이라도 아끼려고 분투하는 남편의 삶을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예전에 둘째 임신 중에 산부인과에 할인 카드를 안 가지고 가서 만 원을 할인받지 못했을 때 내 얼굴은 흑빛이었다. (원래 까맣다)

오늘 나는 아내에게 와이파이에 대해 다시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우리 집에 설치한 iptime이 2핀 짜리인데(4핀을 사지 않고 저가로 골라 달았다) 안방과 거실에서는 잘 끊긴다는 것을! 아내는 와이파이를 켜놓았지만 불안정하여 LTE로 사용해 왔다. 작은 방의 공유기를 떼내어 안방에 설치해 주었다.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아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스틱 운전을 웬만한 남자들보다 잘한 테크니션이었다. 아이 둘 낳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세상의 편리에 대한 감을 잃었다. 쉬운 인터넷 검색도 최저가 쇼핑도 하나하나 내가 알려줘야 한다. 설명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페이스북도 하지 않는다. 오직 아이들에게 신앙 교육 시키고 성경 먹이는 엄마로만 산다. 이런 수고로운 일상의 아내에게 "왜 그런 것도 모르냐"고 타박했다가는 사랑과 전쟁을 자초하는 꼴이다.

믿음의 선배, 결혼의 선배들과 교제하다 보면 아내를 인정해 주는 게 최고의 지혜임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서 또래나 후배들과 교제하는 시간보다 선배들에게 배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최근 그러한 교제를 하면서 다그치고 폭발하는 성질을 죽이고 이해하고 감싸며 기다리는 것에 대해 묵상하게 된 것이 아침에 효과로 나타났다.


사랑이 없이는 행복과 화평은 없다. 기다림과 믿음이 사랑을 굳건하게 한다.

keyword
이전 20화결혼 선물로 인순이의 축가를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