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간병인과 아들의 사랑 차이

사는 게 맛있게 느껴진 날

by 황교진

많은 일에 지쳐 감각이 없는 몸을 끌고 어머니 병원에 왔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병원에 도착했지만, 간호를 연기하지 않고 오늘 힘을 낸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병동의 온수 보일러가 고장 나 수리 중이었다. 편집 마감을 하던 내 손가락에 베인 상처가 있지만 찬물로 씻어내고 물리치료와 구강 청결 순서를 마치니 병원 수도에서 온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평소 시간대에 왔다면 불편할 뻔했다. 아마도 나는 병원 직원들 눈치 살피며 정수기 온수를 받아 씻겨 드렸거나, 옆 건물 병동에 대야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하며 온수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것이 직업 간병인과 아들의 사랑 차이다.
집에서 8년간 간호할 때 단 하루도 어머니 목욕과 환자복 갈아 입히고 시트 교환을 거르지 않던 내게 온수 문제 해결쯤은 일도 아니다.

어머니 산뜻하게 간호 마치면 기도하고 병실을 나오려니 마지막 회진을 도는 간호사가 엄마 얼굴에 빛이 난다고 탄성을 짓는다. 그 빛이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온기가 돼 내 빈자리를 채워 주기를...

아내가 오리고기를 해놓겠다고 한다. 늦은 저녁 식사가 기다리는 집으로 밤늦게서야 돌아가지만 사는 게 맛있게 느껴지는 날이다.

오늘 난 정말 초인적으로 살았다. 어제 교회에서 제직회 마치고 늦게 왔는데 집안 대청소에 두 아들 목욕까지 시키고 잠깐 자고 출근했다. 유행한다는 신종플루는 우리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내 영혼에 더러운 세균이 안 끼도록 절제하고 청소(기도)하는 데 부지런하면, 사는 거 문제없다.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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