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질 수 없는 분명한 이유

해오던 대로 살아가다

by 황교진



어머니 병원에 왔다.
금세 병간호 일정이 돌아오고 출퇴근할 때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해 왔지만 마음은 우울하다.
언젠가부터 나도 나이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한 3년 전만 해도 격무에 시달리다가 퇴근하여 어머니 병원에 와서 간호 마치면 쌩쌩했다. 체력이 소진돼도 내 삶의 중요한 행위를 마친 데 대한 뿌듯함과 개운함이 감사의 콧노래를 부르게 했다.

요즘은 다르다. 주말이나 휴무일에 병원에 와서도 간호 마치면 집에 갈 힘이 없을 만큼 기진맥진이다. 어머니 손발톱 손질할 때도 안경을 벗어야 살을 베지 않을 만큼 노안이 왔다.

20년은 우리 모자를 많이 다듬어 주었고 추억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형에서 드는 고민은 늘 무거운 바위로 덮쳐온다. 한 인간의 인격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좁은 침상에서 점점 메말라 가는 어머니 인생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이다. 일반적인 마지막처럼 욕창과 폐렴이 없으니 장기능이 소실돼 가고 있다. 약을 투입하면 계속 설사가 흘러 엉덩이 피부가 상해 가고 약을 안 쓰면 가스가 차고 심한 복통으로 고통받는다.
겨울마다 비용이 드는 독감주사 처방을 물어올 때 난 허락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이 없다. 금식으로 살이 빠져 단백질 분말을 첨가하겠다고 할 때 그렇게 해주시라고 한다. 이 모든 게 비용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판단이 어렵다. 그냥 해오던 대로 한다.

오늘도 고통스러운 표정의 얼굴에 뼈밖에 안 남은 어머니 몸을 잘 치료하고 씻겨드렸다. 얼굴 로션이 떨어져서 아내가 준 달팽이 크림을 발라드렸는데 너무 고운 얼굴로 다시 돌아오셨다. 옆 베드의 할머니 보호자인 며느리께서 내게 의사냐고 물어오셨다. 아니라고 보호자라고 이건 아내가 준 크림이라고 했는데 내가 의사로 보인다고 하신다.

진짜 의사인 분들에게 감사하면서 더! 의사인 주님께 기도드린다. 부르시는 그날까지 편안하게 계시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시도록. 오늘은 병실의 다른 환자 분들과 의료진을 위한 기도도 빠트리지 않았다.

아침에 스트레스 때문인지 허리를 삐끗했는데 계속 헬스를 해서 그런지 요통이 크게 오지 않고 있다. 천천히 운전해서 집에 가면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늘 이렇게 전투하듯이 긴장하며 살지만 내가 약해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내게 강함 주시는 주님이 계셔서 안도한다.

20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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