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지만 괴롭지 않기로 하다

내 마음의 쉴 곳, 어머니 인생의 쉴 곳은 주님 품

by 황교진



오늘 평촌에서 차 수리하고 일산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K선교사님을 잠시 뵈었다. 제자학교 강의 중이시라 점심시간 중에 잠시 뵈었는데 얼마나 큰 격려가 됐는지 모른다. 아프리카 선교사님이면서 우리 가족이 작년에 결혼 10주년 제주여행 때 후원금을 보내주셨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보내니 꼭 받아야 한다고 하셔서 송구하게 받은 뒤 오프라인에서는 오늘 처음 뵈었다.


선교사님이 나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는지 짧은 만남의 표정과 언어만으로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신앙이 일치하고 순종하시는 분의 모습엔 고귀한 기품이 흐른다. 오늘 K선교사님의 그 기품에서 흘러나오는 격려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부천의 어머니 병원에 왔다.


그런데...


내가 병동에 도착하자 간호 데스크에서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어머님이 오늘 점심 무렵 심한 경기를 일으켜 눈과 표정이 몹시 불안한 상태였다. 병실에 간호사님이 오셔서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주치의 선생님은 3주간 금식 후 영양 부족으로 일어난 증상으로 오늘부터 조금씩 경관식을 드리려 한다고 알려주셨다.


진정이 안 되는 어머니 표정 보며 의외로 난 침착했다. 괴로워도 괴로워하지 말자 다짐하며 석션과 구강위생, 세안 등 하나하나 케어해 드리니 점차 표정이 안정적으로 풀어지셨다. 간병사님이 오늘 침대별 커튼 공사를 하느라 천정에 구멍 뚫고 어수선한 날이었다고 알려주셨다.

청년기 때 집에서처럼 세심한 간호를 해드리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상황을 이기려면 침착하게 받아넘기는 대처밖에 없다.


3주나 금식한 이유는 어머니의 장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내가 케어하며 욕창 한 번 안 생겼고 생길 수 없게 계속 신경 써 왔다. 폐렴은 병원에서 우수하게 대응해 주신다. 결국 욕창과 폐렴으로 사망하는 식물 상태이시지만 두 가지 관리가 잘 되어 장기간 생명을 보존하고 계신다.


그러다 20년이 되니 장 기능이 소멸돼 가는 상태가 되셨다. 경관식이 주입되면 장에서 음식물이 쌓여 부패하고 배변이 안 돼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금식시키며 링거 주사로 수액을 주입하고 관장 성분을 넣어 배변시켜 왔다.


문제는 설사가 줄줄 흘러 엉덩이 피부가 다 헐면서 욕창이 생기기 일보직전이 됐다. 그렇다고 관장 약을 중단할 수도 없다. 게다가 살과 근육은 모두 사라지고 뼈만 앙상해지셨다. 앞으로도 뒤로도 좌로도 우로도 갈 수 없는 이 고통.


어머니 한 인격의 행복은 무엇일까.
좁은 병상에서 눈만 껌뻑이며 가래를 빼내 주지 않으면 호흡이 힘든 상태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20년을 지내온 이 고통을 누가 어떻게 알까.


주님이 주실 최고의 선물은 천국이다.
그 천국을 바라볼 때 괴로워도 안 괴로울 수 있는 위로를 얻는다. 난 오늘도 천국 선물을 마음에 두고 최선을 다했다. 알 수 없는 부르심의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어머니 생명을 생각하고 그 고통을 분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길이 없다.


간호 마쳐갈 때 내가 못 본 사이 입술을 깨무셨다. 흥건한 피를 닦아드리며 또 침착하려 애썼다.
오늘 많이 괴로워요? 괜찮아요. 나아질 거예요.
손잡고 기도했다.
괴롭고 괜찮지 않지만 내 마음 쉴 곳, 어머니 인생의 쉴 곳은 주님 품밖에 없다.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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