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사랑법을 이해하는 여정이 내가 사는 인생
아내와 어머니 병간호를 다녀왔다. 보통 혼자 간호 마치고 병원 로비에서 글을 쓰는데, 병간호에 동행해 준 아내와 데이트하느라 지금 정리한다.
어머니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다. 표정도 평온하지 않고 뼈만 앙상한 몸이 되셔서 아내가 병원에 같이 가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12년 전에 내 인터뷰 영상과 책을 접하고 병간호를 돕고 싶다고 다가와 10개월 여 내 곁에서 병간호를 함께한 것이 데이트가 되어 결혼했다. 2007년 아내가 임신하면서부터 병간호는 청춘기 때처럼 나 혼자 해왔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결핵 판정도 받으시고 심지어 옴도 걸린 적 있어 임신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아내와 함께 간호하는 건 어려웠다. 다행히 나는 결핵에도 어떤 병원 균에도 감염되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감당해 오는 게 편했다.
아침에 두 아들을 학교와 어린이집 보내고 소독한 간호용품들 챙겨 함께 집을 나서면서 결혼 전에 같이 병간호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어머니 섬기러 온 사람과 이렇게 결혼하여 두 아들 낳고 살다니.
작년 봄에 같이 왔을 때는 1층 중환자실이었는데 지금은 5층 중환자 병동이다. 간병인께 드릴 떡을 준비해 온 아내가 병실에 들어서자 갑자기 분위기가 환해졌다. 아무 말 없이 병간호에만 집중하는 나와 달리 아내는 간병인 두 분과 웃으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니 신선한 평화가 임한다.
2주 전에 처음 생긴 어머니 욕창은 피부 괴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적외선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침대 시트를 펴드리고 기저귀 상태를 본 다음 얼굴부터 하나하나 청결하게 해드렸다. 병원에서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는 케어를 해가는 동안 어머니 표정도 맑아지셨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한쪽 팔과 다리를 맡아 씻겨드리니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내가 일상에서 가장 큰 집중력, 깊은 전문적 능력을 발휘할 때가 어머니 간호하는 시간이다. 준비해 온 도구(가그린, 핀셋, 의료용 가위, 핀셋, 커튼볼, 거즈, 치실, 3M테이프...)들이 타이밍과 순서에 따라 어머니께 사용되면서 냄새도 없어지고 몸도 부드러워지신다.
그에 따라 내 속에 쌓인 세상살이의 찌꺼기들, 생각의 잡균들도 드레싱된다. 어머니 몸을 들어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 소요되는 힘과 근육들로 내 몸은 저절로 운동이 되고 2시간여 마라톤 뛰고 결승점에 들어온 것처럼 땀범벅으로 거친 호흡이면서 마음은 정화된다.
그 정결한 마음으로 어머니 손잡고 기도할 때 아내가 옆에서 함께 기도해 주었다. 이런 고통에서 나는 조금씩 주님을 느끼며 자라왔다. 지금 내 나이에서 2년만 더하면 어머니가 뇌출혈로 식물상태가 되신 나이와 같아진다. 20년이 흐르면서 난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고 현재 진행형의 고통이 현재 완료가 되는, 언제일지 알 수 없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내가 겪은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는 내가 자녀로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며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이 아닌 고통에 함께하시며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그의 사랑법을 이해하는 여정이 내가 사는 이 인생이다.
화사한 봄 날씨에 병원을 나와서 부근의 맛집을 찾아 시원한 열무냉면 한 그릇씩 먹고 귀가했다.
출근할 직장이 정해지지 않아 쉬면서도 3월 병원비 낼 수 있어 감사하고, 아내와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내 감사하다. 특히 주님은 내게 어떤 분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어 감사하다.
2017.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