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기쁠 수 있는, 본질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감당해 가기

by 황교진

오전에 주간업무회의 마치고 한 주 업무에 막 시동을 건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극동방송 장대진 피디님이었다. 주말에 《어머니는 소풍 중》을 다 읽고 오늘 꼭 전화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오래전 내 청년기 시절 이야기가 지금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흐린 월요일의 시작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난주부터 어머니 병원 가는 요일을 목, 금, 주말에서 월요일로 옮겼다. 안식 후 첫날이 병원 갈 준비하기도 편하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덜한 데다 주말에 온전히 가정에 집중할 수 있으니, 좀 더 가정과 병간호에 균형을 잡을 시기다.

어젯밤에 집안 청소를 하고 늦게 잤지만 오늘 일과 간호 등 여러 일을 마치니 감사한 마음이 밀려온다. 심했던 어머니 열과 환절기 감기도 나아간다. 엄마 입술에 피가 군데군데 맺혀 있었는데 오늘은 깨끗했다.

작년 가을 엄마 가래에서 결핵균이 또 검출됐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순천향대학병원에 옮겨 격리실에서 고통을 견딘 시간을 생각하면, 오늘처럼 일하다 와서 어머니의 평상시 상태와 마주하는 건 봄날과 같다. 오랜 세월 맨몸으로 간호해 온 내가 그 어떤 균에도 감염되지 않고 이렇게 무탈한 것도 감사하고, 적은 편집자 월급으로 아이 둘 키우면서 꼬박꼬박 병원비를 결제해 낼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하나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존재만으로도 기쁠 수 있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다. 뭔가를 받거나 잘 되는 것으로 신앙을 유지하고 번영 판타지에 도취되는 게 아닌, 철저히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감당해 내는 일상 안에 하나님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것. 그 파트너십 자체로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신앙하는 즐거움이고 감동이다.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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