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니까

한 고비 넘길 때마다 고통이 나를 키운다

by 황교진

주중에 어머니 병실을 1층 중환자실에서 5층 일반실로 옮겼다. 진료실에서 기계호흡장치를 하시는 분께 중환자실 병상을 양보해 달라는 요청에 응했다. 내가 고집부리며 현재 상태를 유지시켜 달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이타심을 버린다는 건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아니니 말이다.


원무과에 병원비를 납부하고 매점에서 소모품들을 구입한 뒤 5층 병실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해열제 링거를 맞고 계신 것을 빼고는 편히 계신 얼굴이다.


무엇보다 새 간병인이 싹싹한 천주교인이셔서 대화하기도 편했다. 개인 서랍장이 모자라 어머니 물건들은 벽장에 들어가 있었으나 그런 불편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니까.

간병인 분과 친해지기 위해 내 책을 선물해드리고 간호 데스크에도 부탁드리고 싶은 사항들 오늘은 언급하지 않고 꾸벅 인사만 드리고 간호를 마쳤다. 은근히 긴장해서인가, 버스를 오래 탄 뒤에 힘을 쓴 탓인지 허리가 아프지만 지금 병간호 마친 마음은 개운하다.

간호 마치고 기도하면서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분들의 평안을 위한 간구도 흘러나왔다.
은혜는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만들고 옆 사람의 고통에 긍휼을 갖게 해준다. 각박하고 괴롭기 때문에 자기 편의만 생각하는 무례하고 불친절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은혜 속에 사는 모습으로 옆사람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으로 증거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 고통만 집중하는 세상이라면 이 땅은 그 자체로 중환자실일 것이다. 고통이 나를 키운다. 한 고비 넘기면 생각을 자라게 하니 말이다.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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