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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Aug 03. 2020

무례함의 경험

친절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은 순간, 차라리 화를 냈으면

 

아침에 모르는 휴대폰 발신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이가 좀 있는 여자분 목소리다.

"황교진 씨인가요?"
"네, 맞습니다. 누구신가요?"  

"근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다짜고짜 묻는 목소리에 예의와 차분함은 묻어 있지 않았다.


"실례지만, 누구신데 저희 어머니 소식을 물으십니까?"


아주 오래전에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에 걸려온 전화 목소리와 일치했다. 예의는 생략한 좀 높은 톤의 50대 초반쯤 되는 아주머니 목소리다. 내가 출연한 방송을 보았다며,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다짜고짜 "어머님이 어떻게 되신 거예요?"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누구신지 여쭈었으나 자신을 소개하지도 왜 묻는지 목적도 설명하지 않기에 업무시간이어서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끊은 기억이 난다. 

오늘 직감적으로 딱 그 목소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그쪽에서 짜증을 내신다.


"물으면 좀 대답해 주지, 뭐가 그리 어려워요!!!"


신경질적으로 따지는 어투에 화가 나고 말았다. 내가 화가 났음을 알리고 차분하게 응수하며 예의를 갖추시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이 보세요. 아침에 전화해서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저희 어머니 돌아가셨는지 물으면 받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어요?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나는 끊고 바로 발신자 차단을 했다.




책을 출간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이런 무례한 전화를 종종 받았다. 어머니 의식을 회복시켜 줄 수 있으니 자기네가 만든 약을 써보라는 사람, 출소한 지 얼마 안 되어 의료용품 회사를 차렸는데 모델이 되어 달라는 사람(만나자면서 여관 주소를 알려준다), 한의사라며 약을 지어주겠다고 오라고 그래서 가보니 버섯을 재배하는 냉면집 주인이 한의사 사칭하며 식약청 허가도 받지 않은 약통을 건네준 기억도...


갑자기 어제 아침에 걸려온 무례한 전화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세상에는 예의와 상식이 없는 사람이 참 많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자신을 밝히지 않고 따져 물으며 화를 내기까지 한다. 날도 더운데 폭탄 맞은 기분이다.


작년에 킨텍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전시 부스에 참가했을 때 듣보잡 매체에서 한국기자협회라는 이름을 박은 명함을 주며 1시간 정도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회사 홍보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드리며 부스 방문객 응대도 못하고 인터뷰했는데... 1시간 넘게 인터뷰한 후 부장이란 사람이 기사 싣기 위해 2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속으로 너무 화가 났지만, 그런 돈 드릴 수 없다고 대답했더니 자기네 데스크에 얘기해서 50만 원으로 줄여보겠다고 한다. 난 기가 막혀 웃으면서 이런 요구를 할 거면 처음부터 인터뷰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듣보잡 매체여서 그런지, 참 돈 쉽게 벌려고 별 수를 다 쓰는구나 했다.


세상은 종종 무례하다. 나는 복식호흡으로 성질을 가라앉혀야 할 순간이 종종 있다.

20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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