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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Nov 02. 2020

[읽은 책] 30년 만의 휴식(이무석, 비전과리더십)

 내 속에 있는 외로움의 아이


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최근 이무석 박사님의 <30년 만의 휴식>을 읽었다. 우울증에 관해 관심이 많던 차에 목사님이 읽어보라고 권해주셔서 천천히 완독하며 도움을 받았다. 이무석 박사님의 다른 책은 읽었지만 이 책은 읽은 기억이 없기도 했고, 이 박사님은 예전에 내가 편집한 책에 추천사를 부탁해서 받은 인연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휴>라는 내담자는 어렸을 때 뛰어난 형에게 비교당하고 차별받아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살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직장에서 팽 당하여 정신적 공항상태로 정신과를 찾아온다. 그는 늘 성공지향적이었고 윗사람(아버지, 회사 대표)의 인정을 받기 위해 1등만을 지향하며 살았다. 결국 인간관계가 다 깨져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의 성공으로 안겨주는 돈과 집 외에는 정서적 공감이 없는 인물이다. 이무석 박사는 휴에게 자상한 아버지, 품어주는 아버지의 리더십으로 상담해 주며 치료한다. 휴는 성공보다 관계성에 인생의 목표를 맞추고 삶을 바꾸면서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평온을 느낀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큰 줄기는 <마음속 아이>의 관점이다. 마음에 어떤 상처 받은 아이를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심리적 문제가 밝혀진다는 것.



성인이 되어도 성난 아이, 질투하는 아이, 의존하는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열등감에 사로잡힌 아이나 의심이 많은 아이는 의처증을 만든다. 잘난 체하는 아이는 주위 사람들을 착취하고 파괴하며, 조급한 아이는 심장마비를 잘 일으킨다.



이 책에서 발견한 내 마음속 아이는 <외로운 아이>다. 어렸을 때 상당한 기간을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친척들 집을 옮겨 다니며 제대로 된 돌봄을 받기 어려웠고, 초중고 시절에도 동대문시장에 밤에 출근하는, 고단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외로움을 삭이고 살았다.



대학 시절 밤마다 누군가에게 전화해 내 얘길 좀 들어주었으면 하는 심정에 시달렸다. 삐삐가 나오기 전에는 전화번호부 수첩을 훑으며 밤 10시 넘어 내 얘길 받아줄 친구 혹은 선배를 찾아 헤맸고, 한 통화도 걸 수 없으면 잠 못 들고 홀로 외로움의 골짜기를 헤매 다녔다. 대화하기 좋아하는 만큼 관계가 틀어지면 심히 괴로워했다.



그 외로움의 아이가 치료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외출하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면서 내 자유시간이 모두 사라졌을 때다. 난 틈틈이 글을 썼고 내 이야기에 많은 사람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면서 외로움의 아이가 작아져갔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요구되는 요즘, 종종 그 외로움의 아이가 튀어나온다. 내가 선택한 해결책은 책장을 정리한 뒤 꽂아두기만 한 책을 꺼내 읽는 거다. 최근 저자별, 장르별, 출판사별로 책장을 정리했다. 선물받고 안 읽은 책들에 미안했고, 좋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외로움의 아이는 풍요로운 어른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커피 한 잔 들고 거실 창가에 앉아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면서 외로움의 아이를 달래고 클래식 FM을 듣는다. 외로움의 아이가 사라지면 바로 업무 모드로 전환한다. 통장의 마이너스도 달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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