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 마치고 데이트

3만 원의 행복, 옆에 있는 가족이란 선물

by 황교진
여름성경학교 유아부 교사로 수고하는 아내



아내와 어머니 병간호 마치고 병원을 나서면서 문득 속초코다리냉면이 땡겼다. 마치 임신부처럼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운전대 잡고 코다리냉면 먹자고 했는데 아내는 영혼 없는 심드렁한 투로 그러자 했다.
그 비냉 먹으러 속초까지 운전한 건 아니고, 안양역 롯데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로 달렸다. 한가한 2층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하로 내려가 속초코다리냉면 매장 찾아 주문했다. 막상 냉면이 나오니 아내가 나보다 더 감탄하며 맛나게 먹는다.

아까 그 심드렁한, 먹거나 말거나의 말투는 뭐였지?

매콤하고 달달한 코다리냉면과 뜨끈한데 시원한 육수를 마시니 속이 확 풀린다. 만두도 하나씩 먹었다. 좀 전만 해도 식욕이 없다던 아내는 옆 매장의 치즈어묵바를 먹고 싶다고 하여 야채어묵바 하나와 치즈어묵바 하나를 사서 한입씩 서로 입에 넣어주며 몸에 추가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소 과식하지 않는데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주어는 아내다) 먹자고 하여 옆 매장의 카페 오가다에서 파는 캐러멜바닐라 아이스크림컵을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었다.
데이트할 때처럼!

바로 그때 하교한 아들이 전화로 파리바게트에 들러 소세지빵을 사 오라고 한다. 우리만 맛난 점심 외식을 한 게 미안해 좀 가격대 있는 백화점 빵집에서 빵들을 사고 아이스크림도 포장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아내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갑자기 어색한 느낌적 느낌! 아이들 키우며 둘만 외식하고 팔짱 끼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탄 게 백만 년 만이다. 3만 원만 쓰면 부부가 이렇게 행복해지는 데이트를 할 수 있구나!

색다른 득도를 했다. 먹는 거로 기분이 반전되는 희열을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존경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회복한 적은 있어도, 먹거리에 의미를 두지 않는데 오늘은 달랐다. 힐링이 됐다.
아마도 중요한 무언가를 확인했기 때문일 게다. 옆에 있는 가족이 진짜 소중한 선물임을.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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