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는 운동을 좋아할 수 없는 기질을 타고났다. 일단 나는 운동신경이 그다지 좋지 않고, 땀 흘리는 걸 싫어하며, 힘들면 바로 그만두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40대 초반까지 내가 운동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고 여태껏 운동이라곤 전혀 안 했던 건 아니다. 걷는 건 꽤 좋아해서 한때는 군대 갔다 왔냐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몇 번인가 다이어트를 위해 짤막하게 헬스나 요가,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시도했다.
잠깐 발가락만 담근 댄스 수업만 해도 20대부터 했던 것까지 따져보면 방송 댄스, 재즈댄스, 벨리댄스, 스포츠댄스, 가장 최근의 다이어트 댄스까지 가짓수로는 꽤 많다. 단지 대부분이 발을 담근 것도 아니고 발로 물살을 스치는 정도만 경험했을 뿐이다.
40대가 되면서 그전에 나보다 대여섯 살 많은 분들이 “살기 위해서 운동한다.”라던 그 말이 와닿기 시작했다. 오전에 푹 자지 않으면 체체파리에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하루 종일 졸음이 몰려왔다. 밤늦게 자기라도 하면 다음 날은 온종일 머리가 무거웠다. ‘싫든 좋든 이젠 정말 운동을 해야 하는구나.’ 슬슬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한두 끼 굶어도 살아 안 빠지질 않나, 예전이랑 똑같이 먹으면 살이 찌는 기이한 일이 일상이 되면서 그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이제는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 유지, 안 하면 살이 찌는 억울한 나이다.
처음에는 동네 문화센터에 요가를 등록했다. 우리 동네만 그런 건지 몰라도 문화센터만 가면 50, 60대가 제일 많다. 역시나 요가 수업도 그랬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장기 회원이라 자세도 안정적이고 동작에 막힘이 없다. 나는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다리를 한껏 벌려봐야 90도인데, 다른 분들은 다리가 쫙쫙 잘도 벌어졌다.
다리를 벌린 채 엎드리는 동작에서 나와 그분들의 차이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는 허벅지가 땅겨서 엎드린 듯 만 듯한데, 다른 분들은 부침개처럼 납작하게 잘도 엎드리셨다.
선 자세로 허리를 구부려 손바닥을 바닥에 대는 동작에서도 나는 손끝이 겨우 닿을락 말락인데, 남들은 무슨 고무 인간도 아니고 손바닥이 바닥에 닿지 뭔가(내가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선생님은 20명 남짓인 회원들 중 유독 내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고, 자세 교정을 해 주신다고 내 등을 누르시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욕 나올 뻔했다.
내가 또 그렇다고 요가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십여 년 전이긴 하지만 임산부 요가를 몇 달 했으니 나름 경력자라면 경력자다(그때가 첫째를 임신했을 땐데, 그때 정말 온갖 안 하던 짓은 다 한 것 같다. 아기용품 만들기 바느질 교실도 다니고, 임산부 요가도 하고 말이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운동이라 중간중간 명상도 하고 기본적으로 정적인 운동이다. 수련이라고 하면 무슨 ‘소림사 수련’ 같은 거나 떠오르는 나에게 요가는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불을 끄고 명상하라고 할 때마다 잡념이 생겨서 오롯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론, 재미없어서 관뒀다.
작년 말부터는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필라테스도 몇 년 전에 6개월 등록했다가 두 달 가고 때려치운 전적이 있으니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전에는 요가나 필라테스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해 보니 요가보다는 필라테스가 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요가는 유독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이 많은데, 필라테스는 유연성보다 근력 강화에 더 중점을 둔 운동이다. 동작을 할 때 어떤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강사분이 세세하게 지침을 주고 자세를 계속 교정해 주니 꽤 할 만하다.
물론 처음에는 허벅지 안쪽 근육을 쓰라는 둥, 날개뼈가 닿지 않게 하라는 둥, 흉곽을 닫으라는 둥 그런 말들이 생소하기도 했고,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대략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고(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처음보다는 운동이 덜 힘든 걸 보니 근육도 좀 단련된 느낌이다.
필라테스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요가는 20명씩 하는 문화센터에서 했고, 필라테스는 6명 정원인 곳에서 단출하게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교실은 요일과 시간을 정해 둘 필요 없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종목과 레벨, 선생님을 골라서 수업 직전까지만 예약하면 된다. 보통 2주 전부터 앱에서 수업을 예약할 수 있고, 수업 시작 3시간 전까지는 취소도 가능한 편리한 시스템이다.
강사들도 10명 정도 있고, 레벨도 0부터 3까지, 종목도 캐딜락, 리포머, 바렐, 체어 네 가지가 있다. 나는 종목마다 돌아가면서 상대적으로 덜 빡센 선생님 위주로 주 2~3회 수업을 가고 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수술 이후 운동이 절실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큰일이 생겨야 비로소 조금이라도 변하는 것 같다. ‘재미없으면 바로바로 때려치우기’의 달인인 나도 억지로라도 하다 보니 6개월이 되고, 이제는 꾸준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식이요법은 처음에만 좀 하다 말았는데 운동은 하다 보니 의외로 할 만하다. 아직 '꾸준히'라기엔 시기상조인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내 평생 6개월이나 지속한 운동이 있었던가?' 하며 감탄하는 중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당 가격이 가장 싼 100회로 등록하면서도 '100회를 할 수 있을까?', '중간에 관둬도 환불은 되겠지?' 하면서 긴가민가했었는데, 이제 100회는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반 이상 소진했다.
게다가 필라테스용 옷도 긴 팔, 짧은 팔 골고루 구비했으므로 적어도 사계절은 무조건 해야 한다. 미끄럼 방지용 발가락 양말도 4켤레나 구입했다.
내가 20대였던 시절에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도 그때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집에서 틀어놓고 몇 번인가 따라 하다 말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유튜브에만도 홈트레이닝 동영상이 넘쳐나지만, 진정한 홈트의 효시는 슈퍼모델 이소라였던 것 같다.
요즘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예전에 이소라 비다오에서 했던 몇몇 동작이 오버랩된다. 몇 번 따라 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기억나는 동작들이 있다. 뭐든 배워 놓으면 다 쓸모가 있다니까. 그러고 보니 옥주현이 낸 요가책도 샀었는데 그건 지금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