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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Nov 22. 2023

프롤로그:육아는 뽑기 게임?!

관둘래?! 그런 건 없어요.

친밀관계를 맺는 건 단계가 필요하다.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데이트를 하고, 연애를 하고, 나중에 결혼으로 이어진다. 물론 중간 단계에서 깨지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 행복하든, 불행하든, 적어도 이건 나의 선택이다. 


육아는 뭐랄까. 그니까 육아를 하면서 하게 된 새로운 경험이라면, 태어나는 아이의 성향은 랜덤이라는 것. 엄마가 되기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이의 외모나, 성격 같은 많은 부분들이 유전적인 소가 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이만의 독특함이 있음을 미처 몰랐다. 그니까 타고나는 그것을, 기질이라고 해야 할까. 천사 같은 베이비일지, 까칠한 베이비일지, 부모와 성향이 비슷한 아이 일지, 전혀 다른 성향의 아이 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육아는 뽑기와도 같은 거지.
복불복이고, 랜덤이라는 면에서는.




연애에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조용히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아하는 A와 늘 에너지가 넘치고, 롤러코스터와 같은 신나고 짜릿한 걸 즐기는 B가 만났다고 해보자. 아주 가끔 신나고 짜릿한 걸 즐기는 건 A에게도 색다른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그런 자극을 원하고 일상이 그런 편이라면 AB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연애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지 않은가. 원하면 만나고, 아니면 헤어지고. 심플하지 않은가. AB가 부모와 자식의 경우라면 미묘해진다. 일단 헤어지는 건 옵션이 아니다. 그것도 피와 살을 나눈 사이어서,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하는 사이다.

사랑은 본능이고, 일상은 습관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렵다. 결혼이든, 육아든.
 본능과 습관이 상충되면 괴리가 생긴다.


운명의 밧줄은 이미 부모와 자식으로 두 영혼을 곱게 묶어놓았다. 자, 이제부터는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적어도 만으로 18세가 되기까지 마라톤과도 같은 경기가 시작된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시작을 했다면 끝까지 뛰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늘 배워야 하고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도전들의 연속이다. 숨이 헉헉 차올라도 중도에 포기라는 건 사전에 없다. 옵션이 아니다.


연애도, 결혼도, 직장도, 이 세상의 모든 일에 '관둘래'가 어느 정도 먹힌다. 육아는 예외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적어도 18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인생에 18년이 몇 번 있을까. 태어나서 바로 일어서고 걷는 송아지도 있지만, 인간은 아니다. 그러니 육아는 뭐랄까.  

단답형을 원한다면 육아는 수행이다.
조금 더 얘기하자면, 육아는 행복한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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