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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Dec 20. 2023

그녀는 뭐랄까

그러면서 크는거다냥

딸아이가 유치원 때 일이다.

나는 드레스룸에서 정리정돈을 하고 있었고, 딸아이는 혼자 놀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던 것 같다.

나는 정리에 몰입해 있었고 '오늘은 엄마 찾지 않고 혼자 잘 노네'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뇌리스치긴 했었다.

조용하면 사고 치는 중이라고... 이 말은 왜 늘 맞는 건지.

정리를 마감하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보인다.

뭐지. 왠지 불안하다.

딸아이의 모습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뭔지 모르겠다.

-'뭐 하고 있었어?'

-'나 머리 잘랐어.' 딸아이가 해맑게 대답한다.

엉?!?!?!?!

딸아이의 긴 생머리를 서둘려 확인해 보니, 임의로 잘린 머리와 양쪽 머리가 비대칭으로 눈에 들어온다.

맙소사! 셀프 가위질이라니!

우주 전체가 빙글빙글 휘말려 들어가는 듯한 어지러움과 충격이 나를 감싼다.

다치기라도 하면! 악! 아찔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렸다.

불안함에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미쳤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 왜 소리 지르고 그래.' 

참 차분하다. 우리 딸.

할 말이 없게 만드네.

-'라이언이 미용실 가는 영상 보고 나도 해보고 싶었어.'

라이언은 딸아이의 최애 유투버다. 장난감 리뷰나 하는 채널이었는데!!!

그날은 미용실 가는 영상이었나 보다...

거실로 가보니 진짜 기절하는 줄...

하얀 바닥타일에 딸아이의 검은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이 호기심에 머리를 자르기도 하지만, 앞머리 정도 아닌가?!?!

긴 생머리를 저렇게 싹둑싹둑 신나게 자를 일인가?!

-'안 다쳤어?' 

-'응. 안 다쳤어.'

가위는 혼자 있을 때 쓰는 거 아니라고...

머리도 미용실 가서 잘라야지, 이렇게 혼자 자르면 안 된다고...

아이는 알겠다고 한다.


충격에 휩싸여 언니에게 말했더니 웃는다.  잘 잘랐단다. 귀엽단다.

누가 조카바보 아니랄까 봐.

결국 그날 우리는 미용실로 향했다.  

헤어디자이너도 듣더니 웃는다.

왜 나만 못 웃는 건가.

나만 유리멘탈인가.

추석 직전이어서 유치원에서 한복 입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긴 생머리는 그렇게 잘라져 나갔고, 결국 수박머리를 하고 한복을 입었다.

잊지 못할 추석이었다.

그날 내 멘탈은 강제 스트레칭 중이었다. 쭈욱 쭈욱...


이제는 그날 사진을 보면서 웃는다.

잊지 못할 지난날의 추억이다.

수박머리를 한 우리 딸, 엄마 말 참 안 듣게 생겼다.

그런 그녀가 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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