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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Dec 13. 2023

아기 절대 안 낳을 거야!

'엄마, 아기 낳을 때 많이 아파?'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갑자기 묻는다.

(뜬금없이?)

'응.' 

'1부터 10중에 얼마나 아파?'

'10?' 별로 고민 안 하고 답했다.

살아서 겪은 고통 중에 최고치였으니까.

'나는 아기 절대 안 낳을 거야.' 딸아이가 말한다.

(엥?)

괜히 겁줬나 싶었다. 돌려 말할 걸 그랬나.

아기 안 낳을 거라는 아이의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하지.

'그래도 낳아야 해.'는 아니다.

'안 낳아도 좋아.'도 아니다.

'그건 00가 나중에 정하면 돼. 00 마음이야.'라고만 했다.




출산의 고통은 사실 잊힌다. 그저 무통주사라는 찬스를 굳게 믿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진행속도가 빨라서 무통이 의미 없다고 했던 기억밖엔... 더 이상의 용량추가는 무리라고 했다. 무통이 무의미가 될 줄은 몰랐다.


출산 예정일 이틀 전, 오후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출근한 남편에게 메시지만 남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퇴근하면 오라고... 그 와중에 진통 어플로 시간 간격을 기록하면서 말이다. 예정일이 크리스마스이브였는데 이틀 전이라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차가 꽉 막힐 테니까...


가족분만실로 향하는데, 옆방에서 고통스러운 산모의 울음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아, 24시간 진통 중이란다. 덜컥 겁이 났다. 기도라도 해야 했다. 안 아프게 해 달라는 기도는,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니... 꼭 필요한 고통만 감수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가족분만실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이 도착했다. 분만실 간호사가 친절하게 호흡법을 알려준다. 호흡을 따라 하고 있어도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산모의 신음소리에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걸 들은 남편이 불안했는지,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한 건지... 한 번 더 얘기해 준다. 뭐 어쩌라고...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있고, 물은 마시면 안 된다 그러고... 정 힘들면 얼음이라도 입에 물고 있으라고... 내 기억은 딱 여기까지다. 초산모가 자연분만 하는 경우 평균 9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6시간 좀 지나서 출산을 했으니... 기도응답인 건가.



'진짜 많이 아팠어?'

딸아이한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응. 근데 아파도 보람 있잖아. 00가 엄마한테 와줬으니까.'

'내가 하늘나라에 있을 때, 다른 베이비들이랑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 갖고 싶다고 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엄마에게 온 거야.' 바로 신나서 얘기하는 딸아이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이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다.)

'흐흐, 그래? 엄마를 골라줘서 고마워. 근데 엄마 안 울었는데?'

'아니야, 울었어.'

간절히 원하긴 했었지.

딸아이가 절대 아기를 안 낳을 거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엄마는 출산과 육아를 원했지만. 시간을 되돌려도 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너는 너하고 싶은 대로 해.
마음이 가는 대로.


엄마라서 행복한 인생도 있고. 밤하늘에 별을 좇아 행복한 인생도 있지 않겠는가.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사는 인생도 살아볼 만하지 않겠는가.


너와 함께라서 더 눈부셨던 @Ma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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