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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Dec 17. 2023

은둔고수

Time spent with cats is never wasted.

만화나 무협물, 판타지를 보면 은둔고수들이 나온다. 실력은 최종보스와 맞먹을 정도지만, 세상의 눈을 피해 지내는 캐릭터들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유유자적하게 살아간다. 뜬금없이 만화와 무협물 이야기라서 죄송하지만, 우리 집에도 있다, 강호의 은둔고수, 바로 고영희라는 녀석.

냥 불렀냥

은둔고수는 당연한 얘기지만, 은신에 능하다. 그들의 은신처는 찾기 힘들다. 숨어버렸으니까, 고양이처럼. 고양이는 경계심이 높고 겁이 많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실은 숨어서 관찰하는 것이다. 러시안블루처럼 냥냥거리지 않는 고양이라면 더 찾기 힘들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 호시탐탐 관찰 중이다, 숨을 죽이고 말이다. 사냥감을 덮치기 , 포식자의 모습을 본 적 있는가. 호흡의 흔적마저 지워버린다. 고양이는 겁먹은 , 실은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

 

 웁스 눈 마주쳤다냥

사람들은 고양이의 매력을 시크 정도로 알고 있다. 고양이 심리학자들은 고양이의 사회적 능력은 과소평가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고양이는 개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은 사회 인지주의적 면에서 개가 더 우월하다고 한다. 고양이 심리학자는 고양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다고 한다. 연구 진행 결과 고양이도 개 못지않게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고양이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고양이는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는 것.


강아지는 충성심을 택했다면,
고양이는 은둔을 택했다,
숨겨진 냥발톱처럼.


고양이는 사냥하는 순간이 아니면, 날카로운 발톱은 숨긴다. 오히려 귀여움으로 무장한다. 냥발톱보다는 냥젤리를 보여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강아지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편견에도 개의치 않는다. '니들끼리 알아서 떠들어라'는 식이다. 개미들은 2차원 생물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어쩌면 고차원 존재일지도.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이 아니었던가. 집사라는 인간이 주인이라고 자칭하면서, 자신을 강아지 다루듯 다루면, 어이없고 귀찮지 않겠는가.

뭐냥 재미없다냥

고양이가 낮잠을 많이 자는 이유는 무료해서일지도 모른다. 한심하고 재미도 없는 지구별에서 시간을 때울려니... 참 지루하다. 그래서 고영희 간택한 집사를 사랑하기로 한. 철없는 집사라도... 별 볼일 없는 세상이라도 빛과 사랑은 진실하니까. 모래 같은 존재라도, 사랑을 받으면 특별한 존재가 되는 법이니까.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사랑한다냥

고영희는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말없이 집사 곁을 지켜준다. 골골송으로 노래도 불러주고 가끔은 두발 댄스로 웃겨준다. 추운 겨울에는 냥담요가 되어 시린 마음을 덥혀주기도 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그 어떤 말보다, 고영희와 보내는 시간이 위로가 된다. 집사가 울어도, 웃어도 고양희는 늘 거기에 있다. 


고영희는 생색을 내지 않는다. 고영희는 이 세상도, 자신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세상만사를 꿰뚫어 보는 만렙이지만, 고영희는 은둔을 택한다. 함구한다. 묵직한 냥철학으로 오늘도 집사를 깨닫게 한다.


고영희처럼 사랑해 볼까.
소리 없이,
묵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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