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캣 Feb 21. 2024

엄마랑 정리하는 게 좋아

Clean up is fun

장난감 수납용도로 방이라고 하기 애매한 방을  아이에게 놀이방으로 허락해 주니, 또 창고라고 하기도 힘든 공간으로 변해간다. 문을 열면 발 디딜 공간도 없다. 모든 장난감과 인형과 끄적인 종이들이 그냥 널브러져 있다.

아. 그냥 다 갖다 버릴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생각이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면 No를 안 하는 아빠 문제인가?

두 번째 생각이다.

칫솔만 보이는 화장실과 소파만 보이는 거실은 엄마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란.

현실은... 그냥 개판현실이다.

그래서 꿈은 그냥 꿈인가 싶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고양이만 챙겨서 가출하고 싶다. 엄마는 크지 않은 원룸이라도 정리를 해놓으면 흐트러지지 않는 공간이 고프다.

정리를 고집하는 엄마가 문제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세 번째 생각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은 털어서 떨쳐버리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 놀고 있는 아이를 불렀다.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방을 아이에게 보여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고 최대한 과장된 리액션으로 '이게 대체 뭐야?'를 온몸으로 말해본다.

딸아이는 키득거린다. 하아. 웃음이 나오냐고.

'자, 들어가서 앉아봐. 정리하자.'

아아아아앙~

딸아이는 정리에 대한 거부감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분류부터 해보자.


이 박스는 뭔가요?

-롤플레이 박스요.


좋아요. 롤플레이 장난감은 여기에 넣어보세요.


딸아이는 장난감을 박스에 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또 금세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다.

어, 이게 여기에 있었네? 이러면서 또 갖고 놀기 시작한다.


자자, 정리는 스피드야. 얼른 정리하고 놀자. 

어머, 이건 뭔가요? 

-레고예요.

레고가 왜 롤플레이 박스에 들어갔나요?

아이는 또 키득거린다.

레고는 레고박스에 넣어주세요.


그렇게 분류하고, 먼지 털어내고, 닦고를 얼마나 했을까. 버릴 쓰레기만 한가득 나온다.

-오와. 깨끗하니 너무 좋아.

딸아이가 웃는다.

엄마랑 정리하는 게 재밌어.

자, 다음부터 놀고 바로 정리하는 거야.

네~

대답만 잘한다.

정리를 하고 나니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방에서 딸아이는 제법 혼자 잘 논다.

육아는 그저 될 때까지 같이 반복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그게 몇 번이 되든.
이전 12화 구글 나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