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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Mar 20. 2024

혼자가 되었다

Love is being stupid together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아이도, 남편도 없는 집이 조금은 낯설다.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하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도 없고,

정리정돈을 하면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퇴근을 해도 혼자다.

고영희만이 창밖을 바라보며 집사를 기다린다.

캔을 따주고 브러싱을 해준다.

골골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혼자였다가 둘이 되었다가 셋이 되었다.

혼자였던 때가 아득한 옛날이다.

다시 혼자가 되니,

나쁘지 않다.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다.

알람 없이 늦잠을 자도 된다.

스릴러도 밤늦게 볼륨 높이고 볼 수 있다.


챙겨야 할 거리도 줄었다.

물을 줘야 하는 극락조와,

뱅갈나무와 화분들, 그리고 고영희가 전부다.

고요한 행복이다.




이 시간이 행복할 수 있는 건,

돌아올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봄방학이다.

딸아이는 아빠와 둘이 여행을 떠났다.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딸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만,

혼자가 되면 느낀다.

나를 잡아주는 건, 결코 지구의 인력이 아닌, 소중한 그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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