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이 픽업하고 픽업해 주고 선생님들이 다 도와서 씻겨주고 머리까지 말려주고 하는데, 엄마가 굳이... 꼭... 가서 봐야 해?
그런데, 딸아이의 눈빛이 간절하다.
'그래, 갈게.'
핸드폰 보지 말고, 나 수영하는 거 봐야 해.
응......
딸아이가 어렸을 때 수영학원을 다니다가 코로나로 끊었다. 그때는 어려서 셔틀을 안 탔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수영인데... 이젠 커서 셔틀도 타고, 혼자 잘 다니려니 했는데...
수영 시간에 맞춰 학원에 도착했다. 엄마들이 벌써 와서 앉아있는다. 가끔 아빠들도 있다. 엄마든 아빠든, 하나 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아주 가끔 책을 보는 엄마, 한 명 정도.
왜 아이를 바라보는 일을 이렇게 힘든 걸까. 나만 힘든 건가. 50분 동안 책을 보는 일은 의미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아이만을 바라보는 일은 뭔가 견디기 힘들다. 시간 낭비 하는 것 같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고,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이었을 적에, 엄마가 그냥 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그 마음은, 기억조차안 날 정도로 커버렸다. 아니, 늙어버렸다.
나도 처음에는,
엄마가 바라봐주길 원했겠지?
하지만, 엄마는 늘 바빴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포기하고,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익숙해지고.
아이를 그저 바라보는 일이 대체 왜 그렇게 힘들까. 나는 마음먹고 50분 동안 딸아이만 바라보기로 했다. 아이가 커버리면, 엄마 마음속에 고이 간직된 소중한 추억은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그저 내가 흐뭇하게 아이를 바라보고 지켜보던 기억... 초콜릿처럼 꺼내 먹을 수 있는 반짝거리는 순간들... 내 마음의 눈으로 찍어뒀던 소중한 순간들...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온 딸아이가 유리창쪽을 훑으면서 바라본다. 시선이 엄마를 찾고 있다. 팔을 길게 뻗어 반갑게 손을 흔들어줬다.
엄마를 본 딸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수업 내내 딸아이만 바라봤다.
자유형 발차기를 하면서 오고 가는 걸 지켜보고, 배형을 하면서 오고 가는 걸 지켜보고. 신기하게 행복해진다.
뭔가,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다.
딸아이도 웃고,
엄마도 웃고,
엄마 내면의 아이도,
울다가 웃는다.
그렇게 가끔 육아는 헷갈린다. 내가 딸아이를 키우는 건지, 딸아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 내가 딸아이를 사랑하는 건지. 딸아이가 나를 사랑해 주는 건지. 가끔은 그저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충분하다. 누군가는 그 눈빛이 사무치게 그리워 평생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