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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Sep 20. 2017

일기42_가을을 보내는 클리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조금 더 어렸을 때는

계절을 타지 않았다


나의 가을은

여름만큼 힘이 넘쳤고

겨울은 그 어떤 봄만큼이나

싱그러웠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아쉬움보다

당장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던

어린날의 에너지는

계절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 계절은

다시 오지 않음이

유난히도 아쉽게 흘러간다

뻔한 슬픔이지만

뻔하게 아프지는 않다


지금을 아쉬워하고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다

그렇게 점점 뒤처져

두 눈에 과거만을 담는 것은

나에게는 두렵고 슬픈 일이다


매년 지나는 가을이 반복된다 하여

똑같거나 뻔하지 않듯이

우리 모두가 가게 될 길이지만

각자에게는 뻔하지 않은

두려움이자 슬픔일 것이다


이번 가을의 낙엽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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