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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Jul 03. 2022

향기가 '현재'가 되는 순간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 끌리는 무언가

어떤 향기가 끌린다는 것은. 단순 나는 이게 좋다라는 '취향'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식욕과 같이 본능처럼 나에게 결핍이 된 무언가가 끌리거나 원래 심하게 많이 좋아하던 무언가가 운명처럼 자석처럼 끌리기 마련인데.


보통은 어떤 향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특정 향수 브랜드라던가. 바다처럼 시원향이라던가. 비온뒤 젖은 숲속향이라던가. 하는 답변이 많이 나오곤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숲향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다향을 좋아한다.

그 특정 공간의 향취가 향으로 인해 순간이동하는 마법적인 효과 때문이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향만으로도 평소의  감정이나 상태를 생활양식 등을 조금 더 심도 있게 알아보고 추측하고 가늠해보는 퍼즐 맞추기는 늘 재미있다.



"언니는 어떤 향 좋아해요?"


"나 베티버랑. 패츌리." "달달하고 플로럴한 여성적인 계열보다는 나무나 흙향같은 묵직한 느낌이  좋더라고. 좋아하는 향수에는 공통적으로 다 이게 들어가더라"


"아. 평소에 비싼거만 좋아한다고 했죠?"


"어 이상하게. 나는 싼거중엔 좋은게 없더라고. 끌려서 좋다고 보면 다 비싸더라고 어느샌가"


"여튼 비싸서 좋은게 아니고.

뭔가 묵직하게 잡아주는게 가볍지가 않아서 좋아. 든든해. 묵직해." 




나를 든든하게 해주는 내편같은  향기가 있다

몸을 감싸고 나를 치장해주는 이 "향"이라는 것이. 든든한 아빠처럼. 남자친구처럼. 든든함을 줄 수가 있을까? 비오는날에 우비처럼.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마스크처럼.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든든함을 주는 향이라는 것은 대체 무얼까?


많은 향을 맡으면서 접하면서도 향기에서 [든든함]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향이 단순히 좋다라는 것 그 이상으로의 심도있는 감정적인 감정이 들 수 가 있는거구나. 사람같은거구나. 이녀석.




현재를 살게하는 향기가 있다

베티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가는 즈음. 언니는 늘 본인은 완벽주의 성향으로 살다보니.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내 틀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계획대로 내 그림대로 진행이 되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희열이 있어서 더 촘촘하게 계획을 짜는건데. 그게 예기치 않게 살짝이라도 삐끗하면 그렇게 킹받더라고. 스케쥴러대로 그 스케쥴 클리어 줄표시하면서 사는게 재미는 있는데 (참고로 그녀는 역사속에서 사라진줄로만 알았는데 동시대를 함께 살고있는 칸트형 인재이다)


"나는 매일 열심히 사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래를 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가오지 않은 가까운 미래"


"아 고갱님~~~ 제가 요즘 허브 원물 원료가지고 감정오일로  퍼즐맞추기 하는거 책 보고 있는데. 허브가 보면 물성적인 효능효과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어떤 치유의 작용을 하더라고요"


"언니가. 미래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더 현재에 있음을 알게하는 이 베티버에 끌리는것 같은데..............?"


"그런가봐. 내가 미래를 살고 있어서. 계속 현재에 있음을 알게하는 것이 자꾸 끌리는건가봐.

과학이네 과학. 향기과학. 소름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퍼즐맞추기와 해석을 좋아하는 우리는. 손뼉을치며 갑자기 베티버를 찬양했고.

먼 미래가 아닌, 매일의 가까운 미래를 사는 언니는 베티버를 통해서 이제는 현재를 그리워하는 현재가 아니라  정말 현재를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가까운 미래를 사는 걸까.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왜 그게 잘 안되는걸까.





땅의 기운을 가득담은 베티버는 우리에게 중심을 잡아주고, 현재에 있음을 알게한다 

(참고로 베티버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베티버(Vetiver)는 열대지역에서 길이 2m 크기로 자라는 벼과 식물이며

베티버(Vetiver)에센셜 오일은 뿌리와 땅속줄기에서 수증기 증류법으로 오일을 추출합니다

[출처] 베티버(Vetiver) - 중심을 꽉 잡아주는 편안함|작성자 그리니 아빠




당신에게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신을 지켜주는 그런   "든든한" 향기가 있나요?

당신이 이 자리에 지금 "현재"에 있음을 알게해주는 향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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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는 기이이인 장마가 한번 더  찾아온다고 합니다. 장마기간에 3일 휴가 낸 사람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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