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진종일 비에 젖습니다만
강릉에 여행을 갔다. 오래 알고 지낸 강릉에 사는 로컬을 만났는데 헤어지며 반복하는 말이 동부시장에서 감자적을 꼭 먹으라는 호들갑이었고 평소 감자를 몹시 좋아하여 고민 없이 궁금한 마음에 단번에 튀어갔다. 알 굵은 감자 세 개를 강판에 직접 손으로 갈아 찰지게 만들어주시는데 그 찰기가 쫀쫀. 너무 맛있다고 연거푸 일행과 박수를 치며 콧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먹고 있었는데.
후하. 접시를 다 해치우고 나니 그제야 주변 풍경이 보였다. 일행은 돈 많이 들어오기로 유명한 해바라기 사진에 관심을 보였고. 나는 향기녀? 답게 향기가 쓰인 문구에 또 눈이 닿았고 마음을 빼앗겼다.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ㅡ도종환 '라일락꽃'ㅡ
지은이가 말하는 시의 주제와 의도를 알아맞혀 보시오. 무슨 이야기일까.
혹자는 세월이 흘러 풍파에 내 삶이 퇴색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의 ‘본질’인 ‘향기’는 그대로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혹자는 꽃은 피우는 것으로 ‘결실’을 맺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뿜어내는 ‘행위’로 존재한다고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예쁘고 곱던 시절의 그 꽃도 풍파를 거쳐 세월이 흐르게 되면 나이가 들고 늙고 변하기 마련인데. 그 눈에 보이는 꽃은 비록 거센 비에 젖었을지라도. 그 사람이 지닌 고유의 향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아우라는 결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좀 더 고혹해졌을지도.
가는 세월에 피부에 탄력이 좀 떨어지고 눈가에 잔주름 좀 지면 어떠하랴. 비바람이 몰아쳐도 곱게 또 자연스럽게 늙으면 된다. 몸도 마음도.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내리는 비바람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늘 피부가 매끈하고 맑고 매일 운동을 하고 매일 노래를 부르는 울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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