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집

by 미문

있지, 어떤 마음이야.


낮은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다가도 우뚝 홀로 서 있는 그런 마음이야. 넓고 오래된 평지 위로 홀로 나부끼는 마음을 오래 바라보았어.

할 말은 많은데 적을 말은 없었고, 묻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끝나 질문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지.


그런 마음은 결국 도달하지 못하나 봐. 돌고 돌아 깊은 어느 숲 속의 웅덩이가 되어 고요히 가라앉았어.


그 숲 속에는 이끼와 같은 초록이, 물결도 같은 나무의 나이테가, 물고기와도 같던 잠자리가 날고 있었지.

수없이 내렸던 비와, 물기로 가득한 숲 속 사이사이로 내리쬐던 햇빛.

그 순간순간을 함께 할 수는 없어도 알 수 있었어.


축축했던 대지가 마른땅으로 변해가고, 다시 그 위로 웅덩이가 생기고, 물이 고였지.

작은 웅덩이 위로 아주 작은 물고기가 가느다랗게 헤엄을 쳤던 날, 우리는 숲 속을 걸었어.

그래, 그날 우리는 숲의 이름을 물고기의 집이라고 불렀던 거 기억하니.


고르지 않은 땅을 걸으며 서툴게 찍힌 발자국을 바라보았어.

누군가의 발자국, 누구였을까.

너였을까, 나였을까.

그도 아니라면, 우리 말고 또 누군가 이 숲 속을 걸었던 걸까.


마른 흙과, 나무와 땅, 나뭇잎을 스친 바람 냄새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어. 그 숨이 고이고 고여, 결국 이 숲의 일부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기도 했었지.

숲의 일부가 되는 일, 전하지도 못할 마음을 묻어두는 일.

점점 커져가는 웅덩이를 보면서 때론 바다를 꿈꾸곤 했지.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정처 없이 걷다, 결국 그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어.

껌벅이는 두 눈 위로 가볍게 쏟아지는 나뭇잎들, 조각난 하늘과 비처럼 내리는 햇빛들.

손끝을 간지럽히는 풀과 작은 개미들.

눈 위로 고요히 날아다니는 나비와 새, 모든 게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지.


다시 눈을 감고 다신 이 숲에 오지 않는 너를 떠올렸어.

결국 숲의 끝으로 걸어 나간 네 뒷모습은 검으면서도 환했지.

그래서인지 네 모습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만 더 촘촘해졌지.

꼭,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말이야.


어떤 마음일까, 물고기의 집에 두고 온 네 마음과 내 마음은.

아마 평생 모르겠지, 평생을 떠올리고 짐작해 보아도 고작 거기에 그칠 마음이지.


가끔 물고기의 집으로 되돌아가.

그 무수한 시간들이 매달려 있는 숲으로.

펼쳐진 채로 나부끼는 기억들은, 오래된 관객을 여전히 기다린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