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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를보다 Dec 20. 2022

무제13

평상에 엎드려 누워

가만히 눈을 감으면

저들끼리 합창이라도 하는 듯

규칙적으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나른하게 드러난 발목을

따갑게 쪼아대는 햇볕을 

잠시만 견디어보면

서늘한 바람이 다가와 슬며시 어루만지고


그 덕에 나는 게으른 기지개를 켜며 생각하기를

조금만 더 누워있을까 

이대로 잠들어도 좋아 

드높은 하늘의 관대한 구름이 지나갈 때까지만

고요한 가을의 노래가 멈출 때까지만


새침한 햇볕에 살갗이 

가무잡잡하게 그을려도 괜찮을 거야 


가을이 지나간 흔적이라 

자랑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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