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에 엎드려 누워
가만히 눈을 감으면
저들끼리 합창이라도 하는 듯
규칙적으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나른하게 드러난 발목을
따갑게 쪼아대는 햇볕을
잠시만 견디어보면
서늘한 바람이 다가와 슬며시 어루만지고
그 덕에 나는 게으른 기지개를 켜며 생각하기를
조금만 더 누워있을까
이대로 잠들어도 좋아
드높은 하늘의 관대한 구름이 지나갈 때까지만
고요한 가을의 노래가 멈출 때까지만
새침한 햇볕에 살갗이
가무잡잡하게 그을려도 괜찮을 거야
가을이 지나간 흔적이라
자랑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