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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를보다 Dec 20. 2022

무제15

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난, 상처  

조금씩은 망가진 것들이 좋아질 때

그때가 비로소 삶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때 일거야


 처음의 흔적은 

눈물이  돌고  끝이 찡하겠지만

그다음, 그리고 그다음의 흔적은

하나의 훈장, 또 하나의 상징, 또 하나의 표식이 되어

그 자체로 고유의 분위기를 뽐내지


체념하여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인다는 것은


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 , 상처  것들의 가치를 

아로새기며 그 자태에 찬사를 보내는 일이야

그만큼 성숙한 것

그만큼 짠하고 애틋한 것


쪼그만 네가 삶에 대해 뭘 아느냐고 다그친다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보여줄 거야

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난, 상처  나의 눈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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