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난, 상처 난
조금씩은 망가진 것들이 좋아질 때
그때가 비로소 삶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때 일거야
맨 처음의 흔적은
눈물이 핑 돌고 코 끝이 찡하겠지만
그다음, 그리고 그다음의 흔적은
하나의 훈장, 또 하나의 상징, 또 하나의 표식이 되어
그 자체로 고유의 분위기를 뽐내지
체념하여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인다는 것은
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 난, 상처 난 것들의 가치를
아로새기며 그 자태에 찬사를 보내는 일이야
그만큼 성숙한 것
그만큼 짠하고 애틋한 것
쪼그만 네가 삶에 대해 뭘 아느냐고 다그친다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보여줄 거야
찌그러진, 낡은, 오래된,
일그러진, 흠집난, 상처 난 나의 눈동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