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는 하다만 말
내뱉지 못한 다짐들
머릿속에는 쉼 없이 굴러가는 계산
그렇지만 내쉬는 한숨에
남김없이 모두 날아가버릴 연기 같은 것
수없이 살아보는 내일은
단 한 번도 내게 와준 적 없다
부지런한 나의 영혼과
게으른 몸뚱아리의 첨예한 대립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투!
머릿속으로만 이미 수십, 수만 번 쌓아 올린 첨탑은
얄팍한 이불 한 자락
그 단 한 번의 펄럭임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흔적도 없이
달라질 내일을 꿈꾸며 두근대는 오늘
그러나 내일도 모레도 변하지 않을 오늘의 태양은
언제나 그렇게 나무라듯 눈부시게 나를 쪼아대고
어제의 오늘은 고집스럽게도 언제나 그대로
그 사실을 다 알면서도
나의 영혼은 뻔뻔한 다짐을 세우고
미련한 이 몸뚱이는 끝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기어이 엄격한 아침을 대령하네
고집스러운 게으름이여
행동하라
움직여라
실행하라
꾹 다문 입 속의 말은
그 무성의 말은
텅 빈 한숨으로
초라한 뒤척임으로
맥없이 사라지네
찬란한 밤을 몰아내며 달려드는
아침은 오늘도 같은 얼굴
따끔따끔 눈이 부셔
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