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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를보다 Jan 10. 2023

무제16

입 속에는 하다만 말

내뱉지 못한 다짐들

머릿속에는 쉼 없이 굴러가는 계산

그렇지만 내쉬는 한숨에

남김없이 모두 날아가버릴 연기 같은 것


수없이 살아보는 내일은

단 한 번도 내게 와준 적 없다


부지런한 나의 영혼과

게으른 몸뚱아리의 첨예한 대립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투!


머릿속으로만 이미 수십, 수만 번 쌓아 올린 첨탑은

얄팍한 이불  자락 

   번의 펄럭임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흔적도 없이


달라질 내일을 꿈꾸며 두근대는 오늘

그러나 내일도 모레도 변하지 않을 오늘의 태양은

언제나 그렇게 나무라듯 눈부시게 나를 쪼아대고

어제의 오늘은 고집스럽게도 언제나 그대로


 사실을  알면서도 

나의 영혼은 뻔뻔한 다짐을 세우고

미련한 이 몸뚱이는 끝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기어이 엄격한 아침을 대령하네


고집스러운 게으름이여

행동하라

움직여라

실행하라


꾹 다문 입 속의 말은

그 무성의 말은

텅 빈 한숨으로

초라한 뒤척임으로

맥없이 사라지네


찬란한 밤을 몰아내며 달려드는

아침은 오늘도 같은 얼굴

따끔따끔 눈이 부셔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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